“북, 평양종합병원건설 계기, ‘김정은 어버이’ 개인 우상화 선전”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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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18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18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3월 19일자 2면에 수록된 “자애로운 우리 어버이”라는 ‘정론’기사입니다. 이번 정론은 김정은의 평양종합병원건설 착공선포를 “인민에 대한 어버이의 숭고한 사랑, 역사에 길이 빛날 불멸의 화폭,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인민사상의 대서사시”라고 찬양하며, 종합병원건설을 김정은의 ‘어버이 상(像)’ 조작에 주력했습니다. 김정은의 주체탄 발사장, 군부대, 유원지와 살림집 건설 현장 현지지도와 관련하여 “진정한 인민의 어버이”라고 칭송했습니다. 특히 김정은이 “천만식솔의 존엄을 굳건히 지킬수 있는 강대한 힘을 키운 것”은 “인민의 운명과 미래를 책임지신 ‘민족의 어버이’의 제일 큰 사랑이고 제일 큰 은덕이며, 제일 큰 공적”이라고 적어, 김정은에 대한 개인숭배 선전의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그동안 ‘우리 식 사회주의의 우월성’ 선전에서 가장 대표적인 자랑거리로 ‘전반적 무상치료’를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동구사회주의권이 붕괴되면서 의약품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북한의 의료수준은 최악의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종합병원 건설과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정론은 김정은이 “조건의 유리함이나 불리함과 관계없이 종합병원 건설을 발기하고 몸소 첫삽을 뜨시며 착공을 선포했다”고 적어, 김정은에게 종합병원건립의 공을 돌렸습니다. 김정은이 발파단추를 누르는 순간 “강산을 진감한 발파소리는 거대한 충격파로 천만의 가슴을 울려주는 역사의 뇌성”이 되었다며 착공식 행사의 의미를 과대포장했습니다. 이어서 “경사로운 10월 하늘가에 메아리치게 될 노동당만세소리를 예고하여 주는 뜻깊은 3월의 봄우뢰”였다며 종합병원 건설의 정치적 의미를 부각시켰습니다. 이번 평양종합병원 건설은 올 가을 조선노동당 창건 75돌을 기해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종합병원 건설은 때늦은 뒷북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동안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 부은 자원을 조금만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할애했더라도 북한의 의료현실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현재 북한의 의료현실은 선진의료 기술과 설비의 낙후, 의약품의 절대부족으로 제반 기능과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정론은 김정은이 종합병원건립 착공식 행사에 참여한 것을 두고 “진정한 인민의 어버이”, “인민에 대한 어버이의 숭고한 사랑”이라며, 김정은 개인숭배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의 이와 같은 김정은 개인에 대한 우상숭배 선전행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지도자를 아버지 또는 어버이 반열에 인위적으로 올려 놓는 행태는 봉건시대 왕조에서나 있을 법한 일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설사 봉건시대라해도 지도자가 어버이로 추앙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정치적 업적이 있을 때만 가능했습니다. 지난 8년간 김정은은 북한 안보와 경제를 최악의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정치적 요새로 선전하고 있는 ‘김일성-김정일주의’의 정치사상이나 핵무력에 기반하고 있다는 군사분야도 ‘깨지기 직전’의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김정은을 어버이 반열에 올려 놓는 것은 그의 짧은 통치기간, 보잘 것 없는 성과, 어린 나이를 고려할 때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태평성대는 커녕 그들을 누란의 위기로 몰아 넣고 있는 지도자를 어버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여 우상화하는 세계의 웃음거리 일 것입니다. 노동신문이 북한을 제대로 발전시키길 원한다면, 김정은에 대한 맹목적인 우상화 선전에 나설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김정은의 위치와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정론은 지난 3월 17일에 착공식을 가진 평양 종합병원건설을 오는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일까지 완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병원건설 완공을 독촉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올해는 김정은 정권이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를 개최하고 야심차게 발표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계획 수행을 위한 마지막해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7차 당대회 직후 곧바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계획 수행을 위한 ‘충정의 200일 전투’를 전개했으며, 이후 신년사 발표, 당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할 때마다 에너지 문제 해결,  4대 인민경제 선행부문과 농업 및 경공업분야에서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인민생활의 결정적 향상을 일으키겠다고 장담해 왔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코로나비루스 사태로 인해 5개년 전략은 실패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지난 5년을 허송세월한 것입니다. 코로나비루스 사태는 마지막 1년 남은 희망까지 앗아가 버렸습니다. 종합병원의 조기완성 독촉은 당 창건 75돌 평가에서 병원건설을 김정은 정권의 경제성과로 내세워 보려는 저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코로나비루스사태에 직면하여 열악한 의료봉사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워보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오중석: 김정은 정권은 출범 이후 주민생활 향상과는 동 떨어진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이번 정론은 아직 완공되지도 않은 종합병원 건설을 두고, 김정은을 ‘어버이로 칭송’하는 우상화 선전활동을 강도높게 전개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선전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설사, 현대식 종합병원이 조기에 완공된다해도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그 이유는 계층별 차별치료라는 북한의 의료정책으로 인해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씨 가문과 당정(黨政) 간부, 일반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 구분돼 있습니다. 만수무강연구소, 봉화진료소, 남산진료소 등은 최고 지도자, 당정 간부들이 이용하는 곳이며, 일반 주민들은 리(里)나 군(郡)단위 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북한의 의료현실과 이용체계를 잘 알고 있는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번 정론의 ‘김정은 어버이’ 선전행태에 기가차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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