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 방미 제한, 미국의 대북압박이자 대북제재 차원”

서울-목용재,고영환 moky@rfa.org
201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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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한국 국민들의 무비자, 즉 무사증 미국 방문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요즘 날씨가 무척 덥습니다. 지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미국이 방북 이력자, 그러니까 북한을 방문했던 한국 국민들의 경우 사증 없이 미국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먼저 이와 관련해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한국 시간으로 지난 5일 미국 정부는 “북한을 2011년 3월 1일 이후 한 번이라도 방문했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사람은 미국에 무비자, 즉 사증이 없이 입국하지 못하도록 현 시간부로 제한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 국민이더라도 미국의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무비자, 즉 사증 없이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시간으로 지난 5일부터는 2011년 3월 1일 이후 북한을 방문했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한국 국민은 미국의 비자, 즉 사증 면제 프로그램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주한 미 대사관에서 별도의 심사를 받고 통과해야 미국 방문이 가능해집니다. ESTA라는 것은 미국 사증 면제 프로그램에 가입한 한국 등 38개 국가들의 국민이 관광과 무역 등의 목적으로 최대 90일 동안 사증 없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앞으로는 2011년 3월 1일 이후 현재까지 북한을 방문했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한국 국민이 미국을 가려면 인터넷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주한 미 대사관을 찾아가 심사를 받은 뒤 사증을 취득해야 하는 등 미국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집니다. 미국의 ESTA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한국 국민이 미국에 여행을 가려면 사증을 받기 위해 주한 미 대사관을 직접 방문하고 대사관에서 장시간 대기하며 번거로운 절차와 심사를 거쳐야 했습니다. 2009년 이후 프랑스나 영국 등 발전된 국가들에만 적용되던 ESTA 제도가 한국에도 허용되면서 한국 국민은 인터넷에 개인 정보와 여행 정보만 입력하면 사증을 바로 취득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한국 국민이라면 ESTA를 통한 무사증 미국 입국이 불가능해집니다.

목용재: 그동안 방북했던 한국 국민이 상당 수인데요. 이 같은 미국의 조치에 적용되는 한국 국민은 얼마나 되는 겁니까?

고영환: 향후 미국 방문에 불편을 겪게 될 한국 국민은 최근 8년 사이에 그 어떤 이유에서든지 북한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2011년 3월부터 현재까지 방북 승인을 받은 국민이 모두 3만 7000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양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조용필, 백지영, 지코, 레드벨벳 등 지난해 북한에서 공연한 바 있는 연예인들, 이산가족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을 방문했던 사람들, 개성공단을 방문했던 기업인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2011년 이후 방북한 한국 국민들이 향후 미국에 갈 경우 주한 미 대사관을 찾아가 영어로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왜 북한을 방문했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북한을 다녀온 기록은 여권에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어떤 방법으로 방북 여부를 확인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만일 방북 경험이 있는데도 이를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고 미국을 방문했다가 적발되면 미국 국내법에 따라 벌금, 형사처벌, 영구 입국 금지 등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말씀에 따르면 북한을 방문했다면 한국 국민뿐만 아니라 미국의 비자, 즉 사증 면제 프로그램에 가입한 나라들의 국민 모두가 무사증으로 미국 방문을 할 수 없는 건데요. 이는 미국의 또 다른 독자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봐야 하는 겁니까?

고영환: 미국 국무부는 방북 이력자들이 미국을 방문할 때 별도의 사증을 신청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 이는 지난 2017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함에 따른 미국 법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5일 한국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사증 면제 프로그램 변경은 미국 법에 따른 것”이라며 “미국이 지난 2017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서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개선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미국은 이 같은 조치가 한국 국민 뿐만 아니라 미국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가입한 모든 국가의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즉 프랑스나 영국 등 미국의 동맹국과 선진국의 국민도 2011년 이후 북한을 방문한 이력이 있다면 ESTA를 통한 무사증 미국 방문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미국이 북한과의 실무 협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대북 압박의 차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미국 정부의 추가적인 독자 대북제재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미북 실무협상에 대해 북한이 현재까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지난 7월 말부터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도발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들이 미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미국의 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는 국민들이 미국 사증을 신청할 때 과거 방북 이력과 관련한 서류를 지원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7일 한국 정부는 2011년 3월 이후 방북한 적이 있는 국민이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사증을 신청할 때 필요하다면 방북 이력과 목적 등을 증명할 서류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민 개인이 방북 관련 서류들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이 같은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겁니다.

목용재: 미국이 방북 이력자들의 무사증 미국 방문을 제한한 것을 추가 대북제재로 분석하는 근거는 북한이 최근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북한이 6일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다시 발사했죠? 마지막으로 이와 관련해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북한 중앙통신은 지난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일 새벽 신형 전술유도탄 위력시위 발사를 참관했다”며 “북한 서부 작전 비행장에서 발사된 전술유도탄 두 발은 수도권 상공과 북한 중부 내륙지대 상공을 비행해 북한 동해상의 설정된 목표인 섬을 정밀 타격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6일 오전 5시24분, 36분경 북한이 과일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두 발을 발사했으며 이 미사일들은 고도 약 37km, 비행거리 약 450km를 비행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현지 시간으로 지난 5일 북한을 방문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ESTA를 통한 미국 방문을 제한하기로 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지켜만 보고 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또한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고 판단합니다. 제가 앞선 방송에서 북한이 미국의 인내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이롭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었는데 제 전망이 맞아 들어가는 것 같아 염려스럽습니다.

목용재: 미국이 방북 이력자들의 무사증 방미에 제한을 두는 조치 발표한 시점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지 20여 개월 만이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은 오는 29일 4개월여 만에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향후 북한의 대외 정책과 관련해 어떤 내용이 발표될지 주목해야겠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위원님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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