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축구 ‘무관중’ 의도, 남북관계 개선 의지 없다는 메시지”

서울-목용재,고영환 moky@rfa.org
2019-10-18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한국 축구 대표팀이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을 무관중 경기로 치르는 모습.
한국 축구 대표팀이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을 무관중 경기로 치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남북 간 남자 축구 경기가 지난 16일 평양에서 열렸습니다. 그런데 관중도 없었고 중계방송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었을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남북 간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 경기가 평양에서 열렸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경우 노동신문에 이 내용이 실리지 않아 모르실 것 같습니다. 우선 경기결과부터 알려주십시오.

고영환: 남북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5일 오후 김일성 경기장에서 진행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즉 카타르에서 열릴 세계 축구선수권대회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을 진행했습니다. 경기는 0대 0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이번 경기는 TV 생중계도 없었고 관중 동원도 없었습니다. 18일 현재까지 조선중앙TV, 노동신문 등 북한의 대내 매체들은 지난 15일 열렸던 경기 결과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북한 인민들에게 남북 축구 경기 소식을 그 다음 날에도 전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북한 인민들이 보지 못하는 북한의 중앙통신만 지난 15일 밤 늦게 “치열한 공방전 속에 벌어진 경기는 0대 0 무승부로 끝났다”는 소식만 전했습니다. 한국과 북한은 아시아 예선 H조에 속해 예선 경기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남북 축구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남북이 나란히 2승 1무를 기록해 승점은 같으나 한국이 골득실차에서 북한에 앞서 H조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최전방에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팀 중 하나인 토트넘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과 프랑스 1부 리그의 팀인 보르도의 주전 공격수 황의조를 내세웠고 북한은 이탈리아, 이딸리아 유벤투스의 23세 팀 소속의 한광성과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활동 중인 박광룡을 공격수로 내세웠습니다. 한국은 공격에 집중하는 경기를 보여줬고 북한은 수비 후 역습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팽팽한 경기는 결국 무승부로 끝이 났습니다.

목용재: 한국 국민들은 이번 남북 축구 경기를 보고 싶어했을텐데요. 중계방송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16일 경기 진행 당시 한국 국민들이 경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나요?

고영환: 이번 남북 축구 대결은 매우 이상한 상황에서 진행됐습니다. TV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았고 김일성 경기장에는 북한 관중도 없었으며 외신기자들과 한국 취재진도 없었습니다. 축구 경기 전날까지도 김일성 경기장에는 5만 명에 달하는 북한 응원단이 대규모 응원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경기시작 30분을 앞두고 아시아축구연맹 경기 감독관이 한국의 대한축구협회에 “경기장에 관중이 아무도 없고 외신기자도 없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이날 경기에는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일부 외국 외교관, 한국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북한 보안원 등 모두 100여 명 정도만 축구 경기를 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 축구 대결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렸지만 무관중, 무중계로 경기가 치러졌고 한국과 외신기자들의 취재까지 철저히 차단됐습니다. 해외 외신들은 이번 이상한 평양 남북 축구대결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북한, 텅 빈 관중석 속에서 한국과 월드컵 예선전을 치렀다”고 전했고 AFP 통신은 “역사적인, 하지만 비현실적인 월드컵 예선에서 두 팀이 0 대0으로 비겼다”며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지켜봤으나 경기장은 텅 비었고 외부 세계와 거의 차단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평양의 빈 관중석 앞에서 열린 ‘기이한’ 월드컵 예선 경기가 무승부를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영국 데일리메일도 ‘가장 비밀스러운 월드컵 예선 경기’라는 제목으로 “중계방송, 팬, 즉 축구 애호가, 외신 그리고 골도 없었다”고 했고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지도 “‘기괴한 경기’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인터넷, 손전화, 위성전화 사용을 금지해 아시아축구연맹 경기 감독관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연맹 본부에 축구 상황을 문자로 알리고 아시아축구연맹이 이를 한국의 대한축구협회에 다시 문자로 알리는 21세기 문명 시대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국 축구 애호가들과 국민들은 저 멀리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와의 축구 경기도 실시간 중계로 시청하는데 서울에서 불과 200여 km 남짓 떨어져 있는 평양에서 하는 축구 소식을 문자 중계로 접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목용재: 지난 16일 남북 월드컵 예선전 경기에 대해 한국 정부와 FIFA 등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고영환: 우선 FIFA의 반응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날 경기를 관전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경기가 끝난 후 FIF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역사적인 경기인 만큼 관중석이 가득 찰 것으로 기대했는데 경기장에 팬들이 한 명도 없어 실망스러웠다”고 자신의 심정을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경기 생중계와 비자 발급 문제, 외국기자들의 접근 등에 관한 여러 문제들을 알고 놀랐다”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명백히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북한 측의 ‘무관중, 무중계’ 방침을 비판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한국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무엇보다 스포츠 정신이란 것, 스포츠를 통해 평화의 물결을 튼 것처럼 스포츠가 그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많은 국민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름 최선을 다 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데 대해서는 똑같이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연철 한국 통일부 장관은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남북 예선전이 생중계 없이 열린 데 대해 지난 17일 한국 국회에서 “매우 실망스럽고 통일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목용재: 당초 한국의 공영방송인 KBS는 남북 간의 경기를 녹화중계로라도 방송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어떻게 됐나요?

고영환: 평양에서 진행됐던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 남북 축구 경기의 녹화 중계마저 무산됐습니다. 남북 축구 경기를 녹화 중계하겠다고 했던 한국의 공영방송 KBS는 지난 17일 “이날 오후 5시 방송 예정이었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축구 남북 간 경기의 녹화 중계를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KBS는 중계방송 취소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으나 언론을 통해 “예정대로 오늘 선수단을 통해 영상을 전달받았지만 방송용으로는 적합한 화질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제출한 동영상의 화질이 방송을 못할 정도로 너무 좋지 않아 취소했다는 설명입니다. 생중계도 안 되고 녹화중계도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중계방송도 불허했고 경기 당일 관중도 동원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신문에는 남북 간 축구대결 소식도 없었습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평양에 갔던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무중계, 무관중 경기를 처음봤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축구 선수들이 평양 순안 비행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평양을 떠날 때까지 북한의 모든 관계자들의 태도가 매우 불친절했다고 합니다. 짐 검사에만 수시간이 걸렸고 호텔 밖을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게 했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해 3월 한국의 강원도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에 참가했던 북한 선수단과 대표단에게 특별 열차를 내주었습니다. 한국 대통령도 그들을 만났고요. 이번 경기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실망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한 북한의 의도가 세 가지 정도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한국 축구가 워낙 강하니 북한이 패배하는 것을 인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란 겁니다. 다음으로는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이 한국에 해 온 화풀이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즉 한국과는 상종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한국 축구 선수단에게 대신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는 돌발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고 봅니다. 지난 2005년 독일, 도이췰란드 월드컵을 앞두고 평양에서 진행된 북한 대 이란의 경기에서 북한이 1 대 2로 패한 바 있습니다. 당시 흥분한 북한의 군중들이 이란 선수단을 태운 버스를 둘러싸고 떠나지 못하도록 막았던 사례가 있었는데요. 북한 당국으로서는 이번에 그런 일이 되풀이 될까 두려워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에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이것이 시위로 전환될 수 있을 가능성 때문에 북한 당국이 이를 사전에 차단했다고 봅니다.

목용재: 한국 대표팀의 간판인 손흥민 선수는 이번에 북한과의 경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면서 “선수들이 부상당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까지 이 같이 상식 밖의 행동을 보이는 북한이 언제쯤 국제적 기준에 맞는 나라로 도약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