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북제재·코로나19 대응 장기간 ‘버티기’ 들어가”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0-05-22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북한의 '모두다 모내기 전투에로' 포스터.
북한의 '모두다 모내기 전투에로' 포스터.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최근들어 북한 당국이 자력갱생 등의 구호를 강조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는데요.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북한 매체들이 식량 생산 등을 독려하는 보도를 꾸준히 내보내고 있는데요. 위원님께서는 북한 당국의 이 같은 의도,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 매체들이 식량 증산을 독려하는 글들을 꾸준하게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한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지난 15일 사설에서 농업 부문 지원 강화에 대해 “인민들의 먹는 문제,식량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는 우리 당의 구상과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정치적 사업”이라고 규정하면서 “알곡 생산을 늘리기 위한 사업이 단순히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실무적인 사업이 아니라 사회주의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계급 투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노동신문도 지난 20일 ‘당 조직들의 역할을 높여 모내기 전투를 힘 있게 추동하자’라는 특집 기사에서 “모내기 전투 승리의 열쇠는 당 조직들이 쥐고 있다”고 강조하며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지금의 모내기 철이야말로 모든 선전선동 역량과 수단을 포전에 집중할 때”라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농업 근로자들의 정신력을 최대로 분출시킬 수 있게 당의 구호와 직관판, 붉은 기들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북한이 식량 증산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처한 대내외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현재 핵무기 개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올해 1월말 신형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인해 북중 무역이 극도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여기에 전염병 확산을 우려한 북한 당국의 조치로 장마당들이 위축되면서 인민들의 생활은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식량 생산을 늘려 모든 난관들을 정면으로 돌파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북한 당국의 의도로 보입니다.

목용재: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식량 사정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고영환: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 조사 서비스는 최근 공개한 5월 쌀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의 올해 쌀 작황이 지난해보다도 더 나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상기 보고서는 북한의 식량 작물 중 옥수수, 콩 등을 제외한 올 가을 쌀 생산량이 도정 후 기준으로 136만 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 농무부는 위성 등을 통해 북한의 농작물 재배 현황을 분석해 매달 북한의 주요 농산물의 수확량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사태로 북한 등 47개 취약국의 1억 8300만 명이 식량 불안정 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북한의 식량난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9일 “통상 북한의 곡물 수요량을 연간 550만 톤으로 보면 올해는 약 86만톤의 곡물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올해 북한의 보리고개, 즉 춘궁기도 문제지만 다음해 북한의 농사가 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봅니다. 그 이유는 북한이 신형 코로나 때문에 1월말부터 국경을 폐쇄하면서 중국 등 외국으로부터의 비료 수입이 어려워졌고 매해 1, 2월에 진행하던 퇴비 생산도 올해에는 하지 못해 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제재와 신형 코로나로 인해 북한이 수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겹쳤습니다. 북한은 비료, 디젤유 등을 외국으로부터 구입할만한 외화를 벌지 못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영향도 클 것으로 평가합니다. 북한이 농사에 힘을 집중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합니다.

목용재: 최근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자력갱생, 자력자강 등과 관련된 구호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위원님께서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국제사회의 제재와 신형 코로나 감염증 확산에 따른 북중국경 봉쇄로 심한 난관에 봉착한 북한은 이를 이른바 ‘정면돌파전’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자력갱생과 자력자강을 적극 강조하고 대남 비방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북한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신의없는 상대와는 대화할 수 없다며 한국 군의 서북도서 합동방어훈련을 비난했습니다. 같은 날 노동신문은 “당의 영도에 따라 난국을 뚫고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승리의 활로를 열어 나가려는 우리 인민의 신념과 의지는 확고하다”고 주장하면서 “정면돌파전에 떨쳐나선 우리 인민의 신념은 투철한 민족자주, 민족자존의 정신에 기초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20일자 기사에서 ‘강원도 자력갱생 전시관’을 “새로운 시대정신 창조자들의 필승의 기상을 전하는 곳”이라며 “불가능도 가능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강원도 정신 창조자들의 신념이고 배짱이다. 자력갱생의 힘으로 마련한 창조물들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대남비방을 이어가고 자력갱생, 자력자강을 외치는 것은 북한의 상황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도 교착국면이고 남북협력도 국제사회의 제재에 막혀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북한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북한이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북한 노동신문이 ‘축지법의 비결’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에 대한 신격화에 대해 부정하는 듯한 모양새였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축지법의 비결’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김일성 주석이 1945년 11월 평안북도 용천군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실 사람이 있다가 없어지고,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며 땅을 주름 잡아다닐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주민 사상 교육에서 김 주석의 ‘솔방울 수류탄’, ‘나무 잎이 배로 변해 압록강을 건넌 장군님’, ‘장군님의 축지법’ 등 이른바 ‘위대성 선전’을 해왔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축지법을 부정하는 듯한 내용의 기사를 노동신문에 실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기사를 지난해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된다”고 밝힌 것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이번에 축지법 이야기를 꺼낸 것은 김정은 위원장을 이른바 ‘격이 없는 솔직한 인민의 지도자’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선전 기법으로 봅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 주민들은 북중 국경 등을 통해 이전보다는 한국의 드라마, 소식 등 외부의 정보를 더 많이 접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또한 북한 내에서 사용 중인 손 전화기도 600만 대가 넘었습니다. 북한 주민들 가운데 누가 김정은 위원장이 3세 때 승용차를 운전했다는 식의 말로 안 되는 우상화 선전을 믿겠습니까. 북한 당국이 이 같은 선전선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판단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최근 논란이 됐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 건강 위독설의 계기는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축지법의 비결’이라는 보도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까요?

고영환: 최근 논란이 됐던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김정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하지 않으면서 촉발되고 확산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부터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계기로 그의 시신을 참배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었던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을 계승자로 내세우는 유일한 방법이 김일성 주석과의 관계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집권 10년차를 맞으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 지도 체제가 완성됐고 권력도 안정됐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앞으로 김일성 생일날에 시신참배를 자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른바 ‘축지법’이 허구라고 밝힌 김정은 위원장이 이제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그늘에서 벗어나도 된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목용재: 앞서 위원님께서 북한 당국이 자력갱생, 자력자강 등의 구호를 강조하고 있는 것에 대해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북한이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장기간 버티면서 비핵화에 대한 입장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들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데요.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