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국과 대화 간절하지만 올해 미북대화 진전 어려워”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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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하는 모습.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30일 북한이 외무성 대미협상국장이라는 처음 보는 명의의 담화를 내놨습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미북 정상 간 친분을 언급하면서도 미북 국가 간 관계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담화를 내놔 그 속내가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해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외무성 신임 대미협상국장 명의의 담화를 내놨는데요. 이 직책과 관련 부서가 신설됐다고 보시나요? 과거 외무성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해보시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달 30일 외무성 신임 대미협상국장 명의의 담화문을 발표해 현재 미북 정상 간 관계가 특별하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지난 달 31일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회견에서 “대미협상국장이라는 직위는 공식매체로 처음 접했고 신설된 직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하면서도 “기존에 있던 북미국과 별도의 직위인지 아니면 북미국이 대체되는 것인지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고 전했습니다. 현재까지 북한은 외무성에 대미 외교 담당 부서로 북아메리카국을 두고 대미 외교를 관장해 왔습니다. 북한 외무성에서 일해봤던 저의 경험으로 보아 북한 외무성이 북아메리카국을 그냥 두고 이외의 부서로 대미협상국을 하나 더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미협상국을 만들었다는 것은 기존 북아메리카국은 분석만 하고 대미협상은 대미협상국이 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업무 효율도 떨어지고 두 부서 간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생겨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신속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저의 판단으로는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의 이름을 대미협상국으로 바꿨거나 미국과의 협상에 북한이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대미협상국이라는 이름을 급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목용재: 최근 북한은 미북 정상 간 친분을 언급하면서도 미북 양국 간 관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강조하는 형태의 담화를 연이어 내놓고 있는데요. 북한의 속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방역 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지원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밝힌 바 있죠.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25일 주요 7개국, 즉 세계에서 가장 큰 선진국 7개국의 모임인 G7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 대북제재 준수를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북한 외무성 신임 대미협상국장이 지난 달 30일 담화를 내고 “세상은 미북 정상들 사이의 특별한 개인적 친분관계에도 불구하고 미북관계가 왜 계속 꼬여만 가는지 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 대답을 바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명백히 해주었는데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5일 대북제재 압박을 고취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폼페이오의 이번 망발을 들으며 다시금 대화의욕을 더 확신성있게 접었으며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저는 외무성 국장의 담화 내용, 표현수위 등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우선은 북한이 외무성 담화에서 굳이 ‘신임 대미협상국장’이라는 직위를 노출한 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공개하고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문제를 언급했다고 한 점, 지난해 말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이미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우리의 길’을 강조한 것은 북한 지도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강하게 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신형 코로나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고 장마당이 위축되면서 북한 내 민심이 몹시도 흉흉하다는 소식들이 전해지는 사정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 주민들이 굶기 시작하고 돈벌이가 안 되는데 그렇다고 이를 타개할 방안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가 당황하고 있으며 이런 난관을 미북 간 관계 개선을 통해 풀어 보려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가 이번 외무성 국장의 담화에 담겼다고 평가합니다.

목용재: 2020년도 벌써 석달이 지났습니다. 올해들어 현재까지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사태로 인해 전 세계가 큰 혼란에 빠져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상황 속에서의 미북관계에 대한 평가와 향후 미북관계에 대한 전망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북한의 지난 달 21일 전술지대지미사일 발사를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신형 코로나 방역 협력을 제안하고 김여정 제 1 부부장은 이를 즉각 담화문을 통해 공개하는 등 현재의 교착 국면에서 미북이 빠져 나오려고 하는 움직임들이 여러 방면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는 지난 2월초부터 재개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이에 맞서 김여정 제1부부장도 지난 달 22일 담화에서 미국 대통령의 친서는 “(두 정상의) 특별하고도 굳건한 친분을 잘 보여 주는 실례”라며 대미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달 30일에는 외무성 대미협상국장이라는 직책을 강조하면서 “미북 정상들 사이의 특별한 개인적 친분관계” 등을 운운하고 나섰습니다.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외무상이 된 후 대미 메시지, 즉 대미 발언을 신임 대미협상국장 명의로 내놓은 점이 흥미롭습니다. 저는 현재의 미북관계가 신형 코로나 확산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현재 신형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도 대외적으로는 신형 코로나 감염자가 없다고 하지만 여러 정황들을 보아 북한에도 신형 코로나 감염자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민심이 술렁이는 상황에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하는 경우 미국의 강경 대응을 불러 와 북한의 내구성에 균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역시 북한 문제를 잘 다루어 왔다고 주장해 왔는데 북한 관련 문제가 갑자기 발생할 경우 곤경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 모두 현재의 신형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는 상황 관리가 절실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형 코로나가 설사 진정되더라도 미국은 대통령 선거에, 북한은 경제 문제에 힘을 써야 하는 상황인만큼 올해 미북관계가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합니다.

목용재: 신형 코로나 사태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들어 처음으로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 방역지원이 이뤄될 예정이고 국제사회의 대북 방역 물품도 북한에 도착하고 있다죠?

고영환: 자유아시아방송이 지난 30일 유니세프, 즉 유엔아동기금이 지원한 의료용 장갑, 마스크, 적외선 체온계 등이 북한에 도착했으며 이 물품들이 평양 보건성에 전달될 예정이라고 쉬마 이슬람 유니세프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무소 대변인이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도주의적 의료구호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도 지난 달 30일 마스크, 장갑, 보안경, 손 세정제, 항생제 등을 실은 화물이 북한에 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해당 화물이 지난 3월 28일 오전 북중 접경인 중국 단둥에서 출발해 평양으로 향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도 신형 코로나와 싸우는 북한에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일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신형 코로나 대북 방역지원과 관련해 민간단체 1곳의 대북지원물품 반출 신청을 지난 달 31일 승인했다”면서 “승인된 물품은 1억 원, 약 8만 달러 상당의 손 소독제”라고 말했습니다. 어려움에 빠진 북한이 굳게 닫았던 문을 열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여기에 더해서 유엔이 북한에 방역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유엔도 북한에 신형 코로나 감염증 방역에 필요한 자금으로 90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지난 1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자금은 신형 코로나와 관련한 보건 서비스를 북한에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자금 집행은 세계보건기구가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엔은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20일까지 북한, 소말리아, 지부티, 파키스탄(파키스딴), 우즈베키스탄(우즈베끼스딴) 등 의료체계가 취약한 16개국에 중앙긴급대응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25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신형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전 세계 최빈국과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2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목용재: 앞서 위원님께서 올해 상반기 미북관계를 평가하고 향후 양국의 관계 진전 여부에 대한 전망을 하셨는데요. 결국 올해 미북관계도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비핵화 대화도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만 북한이 여전히 미국과의 대화 의지가 강하다는 위원님의 평가에 향후 비핵화 대화에 대한 기대를 가져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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