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비상 걸린 아프리카 돼지열병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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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기도 파주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양돈농가에서 방역당국이 살처분을 마친 뒤 생석회를 뿌리며 농장을 정리하고 있다.
4일 경기도 파주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양돈농가에서 방역당국이 살처분을 마친 뒤 생석회를 뿌리며 농장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북한은 물론, 중국과 한국, 몽골 등 아시아를 공포에 몰아넣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이미 북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느라 난리가 났고, 이번 추석에도 이동을 극히 통제하면서 방역한다고 소동이니 무슨 상황인지는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원래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던 병인데 지난해 6월 중국을 시작으로 동아시아로 확산됐습니다. 북에선 5월에 자강도 우시군 북상 협동농장에서 돼지열병 확진이 나왔다고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2월에 평양 보통강구역에서 처음 발생했다는 것이 북한 내부에서 알려진 정설입니다.

제가 볼 때도 보통강구역이 맞을 겁니다. 중국에서 병균이 왔겠는데, 평양에 중국 다니는 사람이 많지, 우시군 같은데 과연 해외에 나갈 사람이 있을까요. 어쨌든 북한의 방역 수준이라는 것이 뻔해서 이미 다 퍼졌죠. 평안도 돼지가 전멸했다는 말도 나오는데, 가뜩이나 어려운 와중에 돼지까지 다 죽으면 참 큰일입니다.

돼지열병 소식을 들으니 제가 북에 있을 때 구제역에 걸려 돼지가 죽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그게 무슨 병인지도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게 돼도 고기를 푹 삶아 먹으면 된다고 다 먹었습니다. 한국에 오니 구제역에 걸린 돼지는 물론이고, 발병이 된 지역의 돼지는 무조건 몽땅 죽여서 땅에 파묻더군요. 그런데 북한은 고기가 아까우니 어떻게 땅에 파묻겠습니까? 병에 걸린 돼지를 몰래 몰래 삶아 먹을게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먹다 보면 돼지고기가 시장에서 팔리고 그게 또 다른 지방에 옮겨가고 이러면서 급속히 퍼지는 겁니다.

이번 돼지열병은 사람이 먹어도 전염 가능성이 없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대신 아직 예방 주사가 없기 때문에 훨씬 문제입니다. 한번 걸리면 무조건 돼지가 죽습니다. 말린 고기에서는 300일, 냉동고기에선 무려 1000일까지 병균이 생존 가능하기 때문에 없애기도 쉽지 않습니다.

북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남쪽도 엄청 긴장했습니다. 까딱하면 북한에서 넘어오거든요. 지하수가 흘러오는 데는 분계선이 있든 없든 상관이 없으니 북에서 병균에 오염된 물이 땅속으로 넘어와서 돼지가 걸리면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도 잘 버티다가 끝내 9월에 돼지 열병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북한과 붙어 있는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병에 걸린 돼지가 발견됐고, 이후에 이 병에 걸린 돼지가 전국에서 하나하나 발견되면서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돼지열병 때문에 이미 한국 정부는 전국적으로 모이는 행사도 금지할 정도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해가 갈수록 방역이란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돼지가 다 죽으면 앞으로 돼지고기 먹기가 얼마나 힘들어지겠습니까. 제가 좋아하는 삼겹살이 사라지는 것을 상상하면 끔찍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세계에서 각종 육류와 곡물가격까지 덩달아 뛰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돼지열병으로 제일 끔찍한 피해를 맛보는 나라는 다름 아닌 중국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돼지고기가 없으면 요리를 못하나 싶을 정도로 돼지고기 소비가 많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의 절반 이상을 먹습니다. 1년에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가 1억 톤이 조금 넘는데, 중국 사람들은 1년에 대략 5700만 톤 정도 먹습니다. 이 정도면 1년에 애기고, 노인이고 포함해서 평균 50키로 정도는 먹는다는 소리입니다.

중국은 소고기, 닭고기 이런 것도 잘 안 먹고 고기 소비의 80% 이상을 돼지고기에 의존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돼지 열병이 나서 중국에서 1년에 5700만 톤씩 먹던 것이 올해 2000만 톤이나 모자란다고 합니다. 당연히 고기가 모자라니 가격이 폭등해서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비싸게 돼지고기를 사 먹어야 합니다. 난리가 난 것이죠.

돼지고기 값이 뛰니 또 어떻게 하겠습니까? 중국이 전 세계에서 돼지란 돼지는 다 걷어갑니다. 돼지고기 생산량이 한정이 됐으니 소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이런 것도 다 걷어갑니다. 그러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다른 나라들에서 돼지고기는 물론이고 다른 육류 가격도 엄청 뛸 것이 아니겠습니까.

돼지고기 가격이 뛰면 사료로 공급되는 옥수수와 같은 곡물 가격도 뜁니다. 그러니까 돼지열병 하나 때문에 북한이 쌀을 수입하려 해도 가격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는 도미노효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요즘은 한국 식당에 가서도 돼지고기가 비싸져서 저도 선뜻 가야할지 망설입니다. 대체로 소고기가 훨씬 비싼데 이 추세가 이어지면 곧 소고기가 더 싼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돼지고기 못 먹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늘 고기를 주식처럼 먹던 사람들이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됐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화가 나고 절망하고 그러겠습니까. 그렇게 13억이 돼지고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다 보면 그 화를 어디에 풀 데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대방이 화가 났을 땐 눈치를 봐야 하는 법이죠. 북한 지도자들도 돼지열병이 돌아 중국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될수록 중국의 기분 상태를 열심히 볼 겁니다. 돼지고기 때문에 중국 사람들이 폭동까지 일으킬 지경이 되면 중국 지도부도 그들의 신경을 딴 데 돌리기 위해 뭔 큰일을 벌일지 모릅니다.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을 때는 남북이 공동으로 대응하면 참 좋겠는데, 북한은 남쪽에서 공동 방역을 하자고 제안해도 아무런 대답도 없습니다. 물론 남쪽 지원이 가봐야 북한 당국이 뭘 하겠습니까? 답답한 심정은 저도 이해는 됩니다. 그래도 함께 뭐라도 해야지 우리 식탁에서 돼지고기가 사라지는 일은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돼지열병이라는 이번 위기도 남북이 함께 어떻게 잘 넘어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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