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출판될 평양 서술 도서의 서문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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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기자가 2018년 9월에 출간한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 표지.
주성하 기자가 2018년 9월에 출간한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 표지.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4개월 전인 재작년 9월에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라는 책을 하나 썼습니다. 평양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평양에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을 통해 자세히 취재해 책을 썼는데, 이 책이 한국의 최대 서점에서 정치·사회부분 베스트셀러를 4주 동안 차지했습니다. 베스트셀러라면 최고로 많이 팔린 책이란 뜻입니다.

이 책이 인기가 좋으니 일본에서 책을 번역해 출판하겠다는 제안이 왔습니다. 일본어로 번역하는데 거의 1년이 걸려 마침내 3월이나 4월경에 이 책이 일본에서 판매가 됩니다. 책을 출판하기에 앞서 일본 측에서 일본 독자들을 위한 머리말을 써달라는 제안이 와서 이번 주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쓰고 보니 이 머리말 글을 북한에 계신 여러분들과도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저를 여러분들에게 다시 소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제가 왜 탈북했고, 어떤 결심으로 살고 있는지, 북한이 어떤 사회인지 등에 대한 저의 시각도 반영돼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부터 일본어판 책을 위해 쓴 서문으로 여러분들에게 읽어드리려 합니다. 시작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북한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외국어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하고 목숨 걸고 탈북해 2002년 한국에 온 주성하라고 합니다. 입으로는 사회주의와 혁명을 외치면서도 실질적으론 인민들을 굶어죽게 만들며 왕조 시대로 맹렬하게 회귀하는 북한 지배층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는 그 체제에 더는 충성을 하며 살 수 없었습니다.

북한 독재체제를 붕괴시키는데 인생을 바치겠다는 일념으로 북한을 탈출한 저는 탈북 과정에 6개 감옥을 거치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끝내 다시 살아 나와 자유의 세상에 도착했습니다. 한국 도착 4개월 뒤부터 북한 소식을 외부에 알리는 기자가 됐습니다.

한국의 대표적 메이저 신문사인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을 한지도 지금까지 18년째가 됐습니다. 이제는 북한을 떠난 지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북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기자라는 직업을 십분 활용해 한국에 온 탈북자들을 수없이 많이 만나 북한의 변화를 취재했습니다. 또 북한의 정보원들을 통해 북한 내부의 은밀한 비밀을 수많이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결과 저는 2016년 한국에서 권위 있는 삼성언론상의 제1회 전문기자상 수상자가 되기도 했으며 주요 언론상을 수많이 받았습니다.

한편으로 저는 지금까지 북한 관련 저서 9권을 서술했고, 공동저술까지 포함해 17권의 책을 썼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 제일 첫 번째로 주저 없이 추천하는 책은 바로 이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입니다. 이 책의 진짜 저자는 사실 제가 아닙니다. 현재 평양에 살고 있는 주민 3명이 진짜 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밀한 방법으로 저와 연락을 할 수 있는 이들이 보내준 정보를 취합해 이 책을 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는 평양을 방문하는 외부인들이 절대 알 수 없는 평양의 속살이 매우 생생하게 담기게 됐습니다. 아직 한국에도 이 정도 이상 평양의 실상을 낱낱이 발가벗긴 책은 없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북한에 있는 주민의 이름을 저자로 밝힐 수 없기 때문에 이 책은 저의 이름으로 출판됐습니다. 통일이 되면 꼭 그들의 이름을 알리려 합니다.

책을 다 쓰고 원고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북한에 사는 한 엘리트에게 혹시 내가 잘못 기록한 것이 있을지 봐달라고 원고 파일을 보냈습니다. 최종 감수를 시킨 셈입니다. 바로 다음날 그에게서 이런 답장이 왔습니다.

“오늘 눈을 피해가면서 기자 선생님의 책을 다 보았습니다. 정말 감동적으로 보았습니다. 제가 북에서 겪은 가지가지 내용들이 다 포함되어 있어서 그때 일들이 하나하나 연상되더군요. 한마디로 북한의 정치, 경제, 문화상을 다시 새롭게 알 수 있는 백과전서적인 책입니다.” 이 대답을 받고 이 책 제목을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라고 달았습니다.

이 세상에는 북한만큼 겉과 속이 다른 곳은 단언컨대 어디에도 없습니다. 주민도, 정권도 매우 이중적입니다. 워낙 단단한 가면을 쓰고 있어 외부에서 그 실체를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외부인이 북에 가보고 쓴 책엔 ‘관광용 인민’ ‘취재용 인민’만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책도 분명히 존재의 의미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북한 안내원을 따라다니며 본 것만 쓰다 보니 미화된 평양 시민의 삶만 보이고 수박의 겉만 핥고 온 느낌입니다.

누구나 그게 북한의 본질일 수가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압니다. 그런데 그 속살을 파헤친 책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건 내가 할 일이다”고 생각해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수박의 빨간 속살과 씨까지 고스란히 드러내고, 단물까지 뚝뚝 떨어지게 만들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북한을 폄훼할 생각도, 미화할 생각도 없습니다. 뒷골목까지 그냥 있는 그대로를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평양 시민들은 입만 열면 혁명을 말하고 당과 수령의 사랑, 배려, 하해와 같은 은덕을 칭송합니다. 이들은 김일성광장에서 “일본제국주의를 타도하라”고 외치지만, 장마당에선 일본산 제품이라면 오금을 못 쓰는 사람들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평양의 다양한 속살을 최대한 광범위하게 설명하려 시도했으며, 한편으로 딱딱하지 않게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일본 독자 분들께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가 북한의 진짜 실체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대표적 입문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2020년 1월 주성하 드립니다.” 이것이 일본에 써 보낸 제 책의 서문입니다. 통일이 하루 빨리 돼 북녘에 계신 여러분들도 저의 책을 읽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모든 분들 웃을 일들이 많아지길 기원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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