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절세위인이 부지런히 만드는 북한의 현실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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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눈밭에 주저앉아 있는 김 위원장의 오른 손에 담배가 들려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눈밭에 주저앉아 있는 김 위원장의 오른 손에 담배가 들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에 김정일 사망 8주년 행사 끌려 나가 추운 날씨에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매년 그러려니 생각하고 계시겠지만, 그런 거 원래 없는 사회가 정상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북쪽 신문을 좀 읽다가 어이없어 웃음이 나가더군요. 노동신문에 실린 ‘167만 4,610여리!’라는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노동신문을 보는 분들이 거의 없을 거니 제가 내용을 좀 말씀드리려면 김정일이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이어간 현지지도 노정의 총길이가 지구둘레를 근 17바퀴 돈 것과 맞먹는 167만 4,610여리라고 합니다. 이런 강행군 길을 이어가면서 전국의 1만 4,290여개의 단위를 현지지도 했다고 감격스러워하는데 아직도 그 쪽잠과 줴기밥, 야전 솜옷, 한 공기 죽 이런 타령은 여전하네요. 죽을 먹고 잠을 자지 않으며 돌아다녀 보십시오. 배가 그렇게 나오겠습니까. 빼빼 말라서 몇 달 못가 죽어요.

김정일이 맨날 5과 여성들 뽑아놓고 여자 끼고 호화 술판 벌여놓고 살다가 이동하던 도중에 별식으로 주먹밥 먹었겠죠. 그걸 가지고 그렇게 미화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김정일이 현지 시찰했다는 지역을 살펴보십시오. 꼭 주변에 특각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맨날 특각 옮겨 다니며 여자 끼고 술 퍼마시다 놀다가 심심하면 나가서 주변 한번 둘러보는 것이 현지시찰이다 이겁니다. 특각 따라다니며 음식 만들어주는 요리사 중 한명이 일본인이었데 이 사람이 일본에 와서 책을 써서 다 폭로했습니다. 김정은이 상어 샥스핀과 같이 비싼 음식에 꼬냑만 마신다고요.

김정은도 마찬가지입니다. 송도원야영소 바로 위에 김정은이 태어난 호화 특각이 있고, 통천 앞바다 섬에 김정은의 승마장이 있습니다. 김정은이 여길 엄청 좋아하니까 계속 가서 놀다가 심심하면 근처 원산과 강원도 지역만 돌아다니며 이거 만들라 저거 만들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거보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이 167만 4,610여리라는 숫자입니다. 그게 많습니까?

대략 40만 키로가 좀 넘는데, 한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그 정도는 얼마든지 다닙니다. 김정일이 북에서 제일 좋은 최고급 벤츠와 전용 열차를 타고 그 정도 돌아다니는 게 왜 자랑인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남쪽은 사람들이 누구나 대개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다니죠. 보통 1년에 2만㎞ 정도 다니는데, 그러니까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거리까지 굳이 안쳐도 20년이면 40만 키로 정도는 누구나 넉넉히 다닙니다.

수원이나 평택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엄청 많습니다. 이들은 매일 200㎞씩은 이동합니다. 10년이면 40만㎞는 넉넉히 다니죠. 택시기사들은요. 서울에만 택시가 5만대 정도가 있는데, 이 기사들은 1년에 20만㎞ 이상 운전합니다. 2년이면 김정일이 다녔다는 거리 정도는 훌쩍 넘게 다닙니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거리를 이동하는 게 왜 그러겠습니까. 거창한 이유는 아니고 그냥 먹고 살려고,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겁니다.

그런데 김정일은 온 나라가 자기 것이고, 북한 인민은 다 자기 노예인 이를 테면 노예농장주 같은 신분인데, 자기 나라 살펴보느라 평생 40만㎞를 호화 열차와 승용차를 타고 다닌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합니까? 그게 그렇게 절세위인의 불멸의 대장정이면 남쪽에 사는 사람들은 다 위인인 겁니까? 웃기는 소리 아닙니까.

그리고 그렇게 다녀서 북한이 점점 잘 살았으면 말도 안 하겠습니다. 그렇게 다녀봐야 점점 가난밖에 더 차려집니까. 북한 인민을 세계에서 상거지 중의 상거지 꼴로 만들어놓고 뭘 잘했다고 절세 위인입니까.

지금도 북한은 점점 상거지 될 일만 남았습니다. 하나만 사례 들겠습니다. 이달 22일이 무슨 날인지 아십니까? 유엔의 대북제재가 규정한, 해외에 파견 나온 북한 노동자 철수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22일 지나면 해외에서 북한 노동자 쓰는 나라들이 제재를 받습니다.

그래서 캄보디아와 네팔, 태국, 폴란드 이런 나라들이 북한 노동자를 벌써 전부 돌려보냈습니다. 해외 북한 식당도 영업할 수가 없게 됩니다. 북한 노동자가 가장 많이 나가 있는 중국과 러시아도 노동자 다 귀국 시킵니다. 대북 제재가 시작되기 전인 2017년에만 해도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노동자가 10만 명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몇 명 없습니다. 중국도 1만 명 안 되는 것 같고 러시아는 3만 명 넘게 쓰다가 지금 4,000명도 안 남았고 22일까지 이 사람들도 다 쫓겨 옵니다.

현재 북한과 러시아의 유일한 정기 항공편이 평양-블라디보스토크 사이 고려항공이 주 2회 뜨는 거 있는데, 노동자가 없어지면 이 항공편도 없어집니다. 물론 북한이 유학생과 관광객으로 위장해 필사적으로 노동자를 내보내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예전부터 해외에 나가 돈을 벌어오는 것은 북한 인민들의 꿈의 소원이었습니다. 제가 북에 있을 때도 재쏘 나갔다 온 사람들은 마을의 부러움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해외에 나가 비참한 노동을 팔아 벌어온 돈이 물론 김정은이 많이 떼먹긴 하지만, 그래도 나머지라도 이들 손에 들어가 장마당을 돌게 하는 윤활유가 됐습니다. 이제는 이것도 없어진다 이 말입니다.

이렇게 핵과 미사일에 미쳐 버린 사이에 인민은 거지가 되고, 온갖 가렴주구에 신음하고 있는데, 김정은이 우물안 개구리처럼 아무리 돌아다녀봐야 뭘 하겠습니까. 백두산 말 타고 올라가는 쇼나 하고, 인민들 주머니 털어 관광단지나 만들어봐야 빚 좋은 개살구일 뿐입니다. 전기가 없어 어둠의 나락이고, 먹는 질은 점점 하락하고, 땔 것이 없어 한 겨울에 추위에 떨면서 김씨 일가 칭송을 써야 하는 북한 기자들도 자괴감이 크겠습니다. 바로 그 절세 위인이 없어져야 북한이 부강해질 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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