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10주년을 맞이하며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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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10주기 천안함 추모식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26일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10주기 천안함 추모식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목요일인 26일은 천안함 침몰 1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날 아침이 되니 참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았습니다.

돌아보면 2010년 3월 26일 저녁에 천안함 침몰 소식을 접하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날 저는 당직이어서 밤 12시까지 회사에 있었는데 퇴근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티비 긴급 속보로 해군 군함이 바다에 침몰한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그때는 아무 설명 없이 군함 침몰 중이란 이야기만 나와서 “아니, 태풍도 없는데 군함이 왜 침몰하지, 화재라도 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래도 침몰한다는 소식이 티비까지 나올 정도면 사람이 죽지는 않겠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천안함은 서서히 이동하다가 갑자기 폭발과 함께 선체가 두 동강이 나서 침몰했습니다.

두 동강 난 선체 중에 앞부분에 탔던 해병들은 구조가 됐지만 뒷부분은 손을 쓸 새가 없이 바다에 잠겨버렸습니다. 다음날 구조된 병사들을 통해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 사회는 크게 침통한 분위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천안함은 선체 중량이 1,200톤급 군함입니다. 엄청 큰 군함인 것이죠. 한국의 경제력과 기술력으로도 둘로 갈라진 배를 인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함미, 즉 배 뒷부분은 침몰 20일 뒤인 4월 15일에 인양했고, 앞부분은 4월 24일에 인양했습니다. 물속에서 6~700톤짜리 쇠덩이를 드는 작업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해냈습니다. 이 천안함 침몰로 배에 타고 있던 104명의 해병들 중에 46명이 희생됐습니다.

한국은 쌍끌이 어선으로 천안함 침몰 주변 해역의 바닥을 그물로 쓸었는데 마침내 북한의 어뢰 폭발 잔해가 발견됐습니다. 이 잔해는 어뢰의 추진동력부인 프로펠러를 포함한 추진모터와 조종장치 등인데, 북한이 해외에 수출하는 어뢰와 설계도가 일치한 1.7톤의 중어뢰였습니다. 결정적으로 추진부 뒷부분 안쪽에 1번이라고 적혀 있는데, 아마 어뢰를 정비하는 과정에 기술자가 번호를 손으로 쓴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자기들이 하지 않았다고 지금도 딱 잡아떼고 있지만, 당시 한국에 들어왔던 국제 조사단은 북한의 행위가 확실하다고 단정했습니다. 천안함 침몰 위치가 북방한계선에서 얼마 멀지 않으니 북한 잠수함이 한 시간만 조용히 들어와 어뢰를 쏘고 도망가도 충분히 가능한 습격이었습니다.

북한이 오리발을 내밀고 있지만, 한국과 국제사회는 천안함의 습격 당사자를 북한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 천안함 침몰 10주기를 맞은 26일에 4년 뒤 해군에 인도되는 신형 한국형 호위함의 첫 번째 함정 이름을 천안함으로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호위함은 3,500톤급으로 침몰된 천안함의 3배나 배수량이 큽니다. 길이 129m, 너비 15m이며 바다에서 55㎞/h로 기동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평양-원산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들이 달리는 평균 속도보다 바다에서 더 빨리 기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무장이야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북한에는 1,000톤이 넘는 군함이라고 해봐야 1970년대 소련에서 수입해 온 2천톤급 구축함이 동해와 서해에 한대씩 있는데 그거 지금도 운용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진국은 30년이 넘으면 군함을 폐기하고 새로 만드는데 북한은 50년째 낡은 고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로 진수되는 함정은 천안함보다 3배나 더 크지만 인원은 천안함보다 불과 15명이 많은 120명 정도로 운용이 됩니다. 진짜 발전된 군함인 것입니다. 이런 3,500톤급 이상의 군함을 한국 해군은 수십 척 갖고 있으니 북한 해군과 한국 해군이 붙으면 북한 해군은 단 몇 시간도 못 버팁니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처럼 도둑이 밤에 남의 집에 들어와 자고 있는 사람 찌르고 도망가는 식으로 야비하게 행동하면 방비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그게 한 번이지 또 가능하겠습니까.

천안함 사건은 저는 김정은의 소행이라고 확실하게 생각합니다. 당시 후계자 승계를 받던 김정은은 자기의 업적으로 남기기 위해, 그리고 용감한 군 지휘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무모한 짓을 많이 했습니다. 2010년 3월에 천안함 습격 말고도 그해 11월엔 연평도에 대담하게 180발의 포사격을 했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단을 들여보내기도 했습니다. 참 철없고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안함 침몰로 한국은 46명의 장병이 희생됐지만, 북한도 이 사건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봤습니다. 2010년 이전까지 한국 정부는 북한에 매년 쌀 40만톤과 비료 10만톤씩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북 쌀과 비료 지원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 사건 이후로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서 나중엔 개성공단 폐쇄까지 이어졌고 지금까지 남북 교역은 모두 중단됐습니다.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남북관계가 참 좋았는데, 어리석은 김정은이 자신의 밥그릇을 자기가 깨버린 것입니다. 하긴 김정은 입장에서야 대북지원이 북한 인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지 자기에겐 별로 도움이 되는 게 아니어서 별로 소중하지 않았다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천안함 습격과 연평도 포사격은 남북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한국 국민은 눈앞에서 새파란 장병들이 숨진 것을 봤고, 한국 영토에 무자비하게 쏜 북한의 포탄이 터지는 것도 봤습니다.

지금 제가 10년 전 천안함 침몰 상황을 기억하는 것처럼 많은 국민들이 그때를 기억합니다. 이 마음의 응어리는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비록 북한 사람들과 웃으며 악수하는 날이 다시 오더라도, 마음속으론 너희들은 언제든 우리를 뒤에서 비수로 찌를 수 있는 적이라는 경각심을 풀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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