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가 전염병 확산에 대응하는 방식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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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평양시민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평양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벌써 2월도 다 지나가는데, 아직도 한반도와 중국 등 동북아시아의 가장 큰 화제는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입니다.

한국도 잦아드는가 싶더니 며칠 전 또 대구에서 한꺼번에 몇 십 명의 감염자가 나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중국에는 확진자가 7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2200명을 넘어섰습니다.

북한도 매체를 통해 매일같이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을 강조하면서 아직 북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선전합니다.

하지만 사실인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죠.

아마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생기면 바로 총살할 것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전염병에 걸려서 총살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위반했다고 총살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국경을 폐쇄한 것이 지난달 30일이죠. 코로나바이러스 병균의 잠복기는 보통 14일 이내로 봅니다. 이제 감염자가 나온다는 것은 당국 몰래 밀수로 중국에 다녀왔거나 중국 사람을 만났거나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건 뭡니까. 규정을 어겼다는 뜻이죠. 김정은이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규율을 어기는 자는 군법으로 다스리라 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벌써 3명이 총살됐다는 정보를 저는 입수했습니다.

나진에서 중국 다녀온 뒤 격리됐던 무역일꾼이 대중목욕탕에 몰래 갔다고 총살했고, 또 평안북도에서도 2명을 총살했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총살된 사람들의 신분과 그들이 왜 처형됐는지까지 제가 구체적으로 들었지만, 저도 정보원을 보호해야 하니 오늘은 이 정도만 밝히겠습니다.

전염병 예방 원칙을 어겼다고 총살하는 끔찍한 곳은 세상에 그 어느 곳에서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직 북한과 같은 강력한 독재 정권에서나 가능합니다.

세계에서 북한의 비춰지는 모습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2013년에 톰 크루즈라는 유명한 배우가 출연한 ‘월드워Z’라는 미국 영화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 좀비가 창궐하고 주인공이 이를 막는다는 줄거리입니다.

좀비란 죽었다가 살아나서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시체를 의미하는데, 현실에서야 좀비가 절대 있을 수가 없지요.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좀비를 좋아하는지 이런 좀비를 등장시킨 공포 영화가 많습니다.

아무튼 그 영화에서 미국 CIA 요원이 전 세계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모두 침투해 난리가 났는데 딱 한 나라만이 좀비 청정국이라고 말합니다.

주인공이 어디냐 하니 바로 북한이라고 대답하며 “인민 전체의 이빨을 뽑았거든, 북한이니까 가능한 일이지”라고 말합니다.

좀비 바이러스는 이빨에 물려 전염되는데, 그 소식이 전해지자 북한 지도자가 단 하루 만에 주민 2300만 명의 이빨을 몽땅 뽑아버렸기 때문이라고 추가로 설명합니다.

죽거나 좀비가 되는 것보다 이빨 없이 사는 것이 낫기 때문에 저도 그런 상황이라면 이빨을 뽑았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외부 시각으로 볼 때 북한은 김정은이 지시만 하면 단 하루 만에 전체 인민의 이빨을 뽑을 수 있는 나라였습니다. 외국은 절대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영화를 볼 때엔 저거 아무리 북한이라도 너무 심하게 묘사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방역 규율을 위반했다고 총살하는데, 좀비가 퍼지는 위기 상황이라면 이빨 뽑지 않음 총살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닐 거 같습니다. 총살 되느니 차라리 이빨을 뽑겠죠.

요즘 김정은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겠다고 엄청 아래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것 같습니다.

북한 신문 방송을 보면 회의할 때도 마스크 쓰고 하고 일할 때도 마스크 쓰고 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아니,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 청정국이라면서 지금부터 마스크를 쓸 일이 뭐가 있습니까. 환자가 발생한 뒤에 마스크를 쓰라고 해도 늦지 않을텐데 뭔 어리석은 짓을 하는지 저는 보면서 웃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스크는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에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바이러스가 얼마나 작습니까. 여러분들이 쓰는 면 마스크로는 막을 수 없고, 한국도 그런 바이러스 막을 수 있는 마스크는 정말 섬세하게 만든 비싼 것입니다.

원래 한 3달러 정도 했는데, 요새 너도나도 마스크를 사는 바람에 품귀현상이 벌어져 개당 7달러 정도 올랐습니다. 진짜로 바이러스 막을 수 있는 마스크는 한국 사람들도 비싸서 사기 힘듭니다.

북한도 의학이란 것이 있는 나라인데, 면 마스크가 효과 없다는 것을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김정은이 하도 난리를 치니 효과가 별로 없어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척, 코로나 예방 사업 하는 척 시늉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김정은이 요즘 하는 것을 보면 코로나가 진짜 무섭긴 한가 봅니다. 이번 2월 16일에 어쩔 수 없이 금수산태양궁전에 가서 참배하긴 하던데 보고 웃었습니다.

북한이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한 지난달 28일 이후 22일 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번에 딱 18명만 데리고 갔습니다. 검은 가죽 잠바를 입은 김정은은 입장할 때부터 간부들보다 5미터 정도는 앞서 걸었고, 인사할 때도 5미터 앞에서 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백 명 넘게 간부들을 데리고 가고, 인사할 때도 별로 간격이 안 떨어졌는데 올해는 혹시나 전염병에 걸릴까봐 우려했는지 간부들이 5미터 안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한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완전 겁먹은 듯한 모습인데 청정국이라면서 왜 그리 부들부들 떠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전염병이 언제 끝나겠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한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대폭 꺾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모든 생필품의 90% 이상 사오는 북한도 국경을 저절로 틀어막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버틸 수는 있겠지만 그동안 인민들은 얼마나 참담한 고생을 해야 할까요. 지도자 잘못 만나 고생하는데, 바이러스까지 합세해서 북한을 더욱 괴롭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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