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수질개선 협력사업, 남북관계 교착으로 실질적 사업 추진 어려워’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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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함경남도 낙원군에서 '자연흐름식' 상수도 시설 준공식을 하는 모습.
사진은 함경남도 낙원군에서 '자연흐름식' 상수도 시설 준공식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남북의 상수도 보급률, 수질, 그리고 남북 상수도 협력 실태를 살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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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도, 즉 먹는 물이나 공업, 방화 등에 쓰는 물을 관을 통해 보내 주는 설비는 인류가 개발한 위대한 발명품입니다.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하는 등 깨끗한 보건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인류의 수명 연장과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기여했죠. 이를 나타내는 상수도 보급률은 국가의 보건위생과 물 복지의 수준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때마침, 남한 환경부가 최근 '2018년 상수도 통계'를 공개했는데요, 백명수 소장은 남한의 상수도 보급률은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개선의 여지는 있다고 평가합니다.

(백명수) 남한의 수도 보급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국 평균 99.2%, 농어촌 보급률은 94.8%에 이르고 있어, 상수도 관망 설치는 거의 다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한의 수도사업에 있어 지역 간 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수도사업의 주요지표가 되는 상수도 관망의 노후관 비율, 지리정보체계 구축 정도, 누수율, 수돗물 생산원가, 평균 요금 등에 있어 지역간에 큰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로 놀라게 했던 노후된 수도관은 남한 관로의 10%를 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관망’은 그물 형상으로 조직된 관수로를 말하고, ‘관수로’는 관 속으로 물이 흐르게 만든 물길, 관로는 물이나 가스 따위의 유체가 흐르는 관을 뜻합니다. 또, ‘지리정보체계’는 토지, 자원, 시설물 환경, 사회 통계 등의 정보를 나타낸 지도를 컴퓨터에 체계적으로 입력해 시설물 관리나 국토의 개발 계획에 활용하는 체계입니다.

물론 상수도 보급률도 중요하지만, 상수도 수질은 더욱 중요하다고 합니다. 상수도는 사람이 마시는 물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어서입니다. 마실 수 있는 물(음용수)의 기준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법률로 정해져 있는데, 세계보건기구는 1958년에 공통되는 기준을 제시했고, 1984년에는 종래의 수질기준에 대신해 새 지침을 만들었죠. 남한 수질은 어느 정도일까요? 백 소장의 대답, 들어보시죠.

(백명수) 60가지 항목에 대해 법정 수돗물 수질기준을 설정해 관리합니다. 이 수질기준은 20세 이상의 성인이 60년간 마셔도 병이 나지 않는 수준을 의미합니다. 각 수질기준 항목에 따라 실시간, 혹은 매일, 또는 월별 검사를 실시해 관리합니다. 이밖에, 수질감시 항목을 별도로 설정해 사전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수질검사 항목 155개보다 더 많은 최대 250개 항목의 수질검사를 하는 셈입니다. 미국 102개, 일본 117개보다 많은 항목으로 스크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관리되는 한국 수돗물은 세계적으로도 높이 평가되고 있는데요, 유엔이 발표한 국가별 수질지수에서 122개국 가운데 8번째였고, 2012년 세계물맛대회에서는 7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맛과 수질 모두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세계적 평가에서도 상위에 있는 우수한 수질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모니터링’은 감시나 관찰을, 그리고 ‘스크린’은 영어 동사로 '가려내다' '걸러내다'라는 의미입니다.

사실 남한 주민들이 이렇게 물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죠. 6.25전쟁 직후 남한의 상수도 보급률은 형편없었습니다. 오늘날처럼 물이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기까지는 지난 시절 꾸준한 상수도 시설의 확충이 있었기에 가능하게 되었는데요, 북한 쪽 상수도 보급률은 어느 정도일까요? 백 소장은 미국 식품의약국과 북한 평양중앙통계국이 공동 발간한 자료를 바탕으로 82%정도라면서도, 이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백명수) 2014년 사회경제적 인구통계 및 보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상수도 보급률은 2014년 기준 82.1%였습니다. 이는 2008년 84.9%에 대비해 다소 감소한 결과입니다. 북한의 상수도 사업은 1970년대 이전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남한보다 앞서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서 북한은 투자중단과 전력난 문제로 상하수도 인프라가 점차 쇠퇴했고, 현재 용수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북한의 2014년 상수도 보급률 82.1%조차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프라’는 생산이나 생활의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구조물을 뜻하는 영어단어인데요, 상수도 보급률이 그다지 낮지 않은 북한 주민들이 정작 깨끗한 물을 얻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많은 탈북자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적절한 정수처리시설이 보급되지 않아서라는 게 백 소장의 판단입니다.

(백명수) 북한은 일제 강점기에 건설된 정수장을 지금도 사용합니다. 시설이 매우 낡았고 경제제재를 비롯한 열악한 대외여건으로 투자가 부실하고 전력난 문제로 정수장 대부분이 침전과 소독으로 구성된 간단한 정수처리공정만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공급되는 수돗물 수질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수돗물을 반드시 끓여먹어야 하지만, 북한의 10가구 중 8가구가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정수처리에 따른 수돗물의 수질 문제는 대체로 수원의 수질이 나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유니세프가 2017년 북한에서 5천여가구를 대상으로 음용수 수질을 조사한 결과, 수원의 23.5%가 내열성 대장균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대장균 문제는 원수의 오염과 북한의 적절한 정수처리시설이 보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백 소장이 언급한 ‘수원’은 ‘하천이 시작되는 지점‘을, ‘원수’는 정수장으로 유입되기 직전의 호소나 하천수를 말합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을 인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8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대동강 수질개선 사업을 전격 제안했는데요, 이 사업은 현재 잘 진척되고 있을까요? 백 소장의 답입니다.

(백명수)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제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동강 수질개선사업을 제안하면서 조명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서울-평양 대동강 협력사업 자문단을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서울시는 평양 상하수도 현대화 지원에 10억원을 배정했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교착상태로 실질적인 사업추진은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8월,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서울-평양 포괄적 도시협력 방안 수정안과 추진전략’을 보면, 서울-평양 간 협력방안은 중장기 과제로 설정돼 있습니다. 대동강 수질개선과 평양 상수도개량은 서울-평양 수도공사 설립을 기반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인데요,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가시적인 계획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남북의 상수도 보급률, 수질, 그리고 남북 상수도 협력 실태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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