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고이’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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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김일성 옆에 서 있는 젊은 시절 김정일.
사진은 김일성 옆에 서 있는 젊은 시절 김정일.
/연합뉴스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인민들이 지도자에 대한 은어와 유머를 어느 수준에서 써 왔을까요? 위대한 수령, 인민의 어버이, 친애하는 지도자, 경애하는 원수님으로 호칭되며 신보다 더 위대한 존재, 전지전능한 존재로 칭송받아 왔는데 과연 이들에 대한 유머나 은어가 존재하기는 했을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평양에서 살 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고, 또 꿈속에서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일부에서는 존재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통일부인 남한의 국토통일원이 1985년에 펴낸 북한 대학생들의 생활이라는 책자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1960년대 초 원산농업대학 화장실에서는 ‘김마두 동무’, ‘김인백 동무’라는 낙서가 발견됐다네요. 김마두는 ‘김일성은 마적단 두목’, 김인백은 ‘인간 백정’이라는 뜻이랍니다. 이후 북한 전역으로 퍼졌다는데, 당시 사람들은 기억할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김일성 때문에 해방 이듬해 춘궁기에 콩떡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그를 ‘콩떡장군’이라고 불렀다는데 이것은 좀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해방되자마자 그가 첫해부터 국정을 책임진다는 건 말이 안 되죠.

당정 권력상층부에 대해선 ‘푸주간’이라고 비꼬았는데 이것은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일삼는다고 욕한 것이라면서요. 김일성은 ‘김피내’라고 불렸고요. 또 대학생들은 ‘수령은 짧고 인민은 영원해’라는 말도 사용했다죠.

또 다른 소스에 따르면 소련과 중국의 분쟁 속에서 북조선이 등거리 외교를 펴자 나온 말이 ‘양다리 동무’, ‘왔다갔다 동무’가 있고 김일성이 거짓말을 잘한다고 비꼬면서 ‘왕포쟁이’, ‘후라이 6단’, ‘대포쟁이’라고 불렀다면서요. 이 유머는 좀 이해가 되네요. 그래도 대놓고 말했다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김일성의 외모를 빗대 ‘큰 곰’, ‘너구리’라고 했고, 입이 커서 잘 먹는 메기를 뜻하는 ‘메사구’로도 불렀다고요.

또 북한주민들을 굶주리게 했다고 해서 은어로 ‘종지(소나무 껍질)떡 장군’, 죽을 먹인다고 ‘죽 장군’, 그들이 오히려 숙청 1호라는 의미로 ‘1호 대상자’라는 말도 유행했다는군요. 이 표현들은 좀 유머러스해 보입니다.

평양의 서방외교관들은 김일성동상에 금을 입힌 것을 두고 ‘골든 베이비’라고 했다네요.

김정일에 대해서도 유머와 은어가 있습니다. 후계자로 떠오르고 있을 땐 ‘햇내기’,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를 붙여 ‘친지동’이라고 했다네요. 그리고 사회주의 공산권, 특히 옛 소련에 유학 갔던 학생들은 모두 그를 ‘다라고이’라고 했다면서요. ‘친애하는’이란 뜻입니다.

외모를 빗대서는 ‘배불뚝이’, 해어스타일은 ‘고슴도치’, ‘밤송이’라고 했다면서요.

3대 세습에 대해서는 남한의 동요 ‘곰 세마리’로 비꼬았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무리 험악한 세상, 무서운 사회라고 해도 인민들의 해학, 유머, 은어는 꼭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그 사회를 특징짓는 대표적인 숨은 언어이기도 하고요.

‘당에 정책이 있으면 우리에겐 대책이 있다.’ 이 말처럼 북한주민들도 많은 대책을 세워 ‘살아남은 자가 이긴 자다.’의 명언대로 꼭 어려운 세상을 잘 버티시길 희망합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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