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과 림꺽정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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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사망 사실이 알려진 북한 영화 '림꺽정'의 주인공 최창수. 사진은 지난 1992년 제작된 체제 찬양영화 '민족과 운명'(최현덕편) 출연 장면.
지난 10일 사망 사실이 알려진 북한 영화 '림꺽정'의 주인공 최창수. 사진은 지난 1992년 제작된 체제 찬양영화 '민족과 운명'(최현덕편) 출연 장면.
/연합뉴스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진행된 2020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거대한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남조선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 최고권위의 영화축제에서 작품상에 이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의 상을 휩쓰는 역사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남한작품으로는 처음이고 아시아작품으로서도 처음 있는 경사스러운 일입니다. 지금까지 참가한 국제영화제에서 무려 170여개의 수상을 기록하는 등 일찍이 이번 아카데미에서 수상이 예상되기는 했었습니다만 이렇게 4개의 상을 싹쓸이하고 1등의 자리를 차지할 줄은 예상치 못한 일입니다.

왜냐면 90여년의 역사를 가진 오스카상은 백인, 남성들만의 잔치로 지금까지 많은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백인 중심 오스카를 배격해 2016년에는 시상식 보이콧까지 벌어졌죠.

또한 지금까지 여성감독상, 흑인 여우주연상은 단 한번만을 기록하고 있죠. 그러나 이번 봉준호감독의 영화는 백인도 미국도 아닌 아시아계의 영화, 그것도 자막으로 처리된 영화임으로 더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전 세계가 이 소식을 대서특필하고 알리고 있는 가운데 북한도 비록 조총련계의 매체이지만 조선신보에서 이를 소개했습니다.

영화 기생충에 대해서는 ‘남조선의 최하층과 부유층의 서로 정반대되는 상징적인 두 가족이 뒤엉켜 펼치는 희비극, 한줌의 대부자가 압도적 다수 민중을 지배하면서 잘 살고, 지배층은 대중을 개나 돼지로 여기는 현실을 예술적으로 날카롭게 도려낸 명작,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빈부의 차와 계급적 모순을 고발한 점에서 특기할만하다.’고 했습니다.

또한 신보는 도이췰란드TV 촬영기자가 1980년 일어난 광주인민봉기 때 현장을 2번이나 취재하여 전 세계에 폭로한 기록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도 소개했는데요, 이 기자와의 인터뷰와 그가 촬영한 자료들을 토대로 편집한 것으로 자못 가치가 높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의도는 아직도 남측에는 광주학살만행은 북의 무장 세력이 내려와서 일으킨 것이라고 우기는 세력이 있음으로 그런 한심한 상황을 타개하는데 있었다,’ 두 영화 다 ‘남조선사회의 현실을 적라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성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북한의 유명영화 ‘림꺽정’의 주인공, 배우 최창수가 사망했죠. 그는 김정일시대 창작된 대작 ‘민족과 운명’의 최현덕편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 고급자가용승용차와 아파트를 선물받기도 했습니다.

1993년에 창작된 영화 ‘림꺽정’의 주제가는 또 다른 이유로 논란을 일으켰죠.

‘구천에 사무쳤네/백성들 원한 소리/피눈물 고이었네/억울한 이 세상/사나이 천 번 죽어도/ 양반 놈 때려 없애리. 백성의 등뼈 갉는/ 이 세상 어이 살리.’

봉건시대 양반계급, 착취자들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 영화와 노래였죠. 그런데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너무 진지하게 따라 불러 어렵고 힘든 당 시대에 대한 비판으로 당국이 의심하게 됐죠.

결국은 2010년에 금지가요로 지정했고, 2015년에는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림꺽정’ 주제곡이 들어 있는 카세트와 음반을 모두 압수해 소각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저들이 선전선동의 목적으로 만든 것이 결국은 저들을 겨누는 부메랑이 된 셈이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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