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을 쓰지 말자!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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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향산 인근 밭에서 작업 중인 북한 주민들.
묘향산 인근 밭에서 작업 중인 북한 주민들.
AP Photo/Katsumi Kasahara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요즘 북한에서는 일군들의 인민적 사업 작풍, 인민대중제일주의가 특히 강조되고 있습니다. 관료주의, 특세, 특권과의 투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죠.

얼마 전에는 김일성고급당학교 당위원회가 반인민적, 비당적 비리 때문에 해산됐고, 중앙당 조직지도부 부장 리만권이 공개 해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참 보기 드문 현상이 북한에서 일어난 거죠.

아마도 엄혹한 대북제재, 갑자기 나타난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심이반, 사회적 불만을 달래고 잠재우기 위한 목적일 겁니다.

노동신문은 일군들의 인상문제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인상문제는 곧 인민관 문제’라는 제목 하에 인상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특히 일군들인 경우에는 특별히 중요하다는 거죠.

대중의 눈처럼 정확하고 대중의 목소리처럼 예리한 것은 없다면서 대중을 지도하고 이끌어야 할 일군들의 인상이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일군의 인상문제는 단순히 성격상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 작풍과 풍모에 관한 문제, 인민관에 관한 문제라는 겁니다.

그래서 일군들은 대중을 대할 때 나의 인상은 과연 어떤가를 늘 생각하면서 사업해야한다고도 했습니다. 또 인상은 단순한 심리의 표현만이 아니라 사상의 반영이라고 까지 정의했죠.

그러면서 필자가 취재 길에 체험한 경험담도 소개했는데요, 늘 인상이 밝아 저절로 존경이 가고 진심으로 따르게 된다는 일군이 있는가 하면, 항상 인상이 꼿꼿하고 펴이는 때가 별로 없어 마주서기조차 싫은 일군도 있다고 대중이 평가 했다는 거죠.

북한주민들이 일반적으로 인상이 나쁜 사람을 ‘인상 쓴다’고 하듯이 일군들이 항상 인상을 쓰지 말고 웃는 낯으로 백이면 백을 대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사람과의 사업의 기본자세죠.

또한 북한 매체는 김정일생일인 광명성절을 맞아 그의 위대성을 칭송하는 ‘위대한 장군님의 10대 인민관’이라는 내용도 소개했습니다. 그의 옆에서 오랫동안 일을 한 한 일군이 자기의 체험과 인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정리했다는 내용이죠.

그 중의 첫째가 바로 김정일이 ‘가장 열렬히 숭배한 하느님은 인민’이라는 겁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인민을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로, 하늘처럼 믿으시였다. 위대한 김일성주석께서는 그이의 인민적 령도자로서의 풍모에 대하여 교시하시면서 김정일동지는 인민들을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로 보고 인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복무하는 참된 지도자의 전형이라고, 김정일동지는 인민을 하늘처럼 믿고 선생처럼 내세운다고, 김정일동지에게 있어서 하느님은 인민이라고 하시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지도자도 인민을 하느님으로 모시고, 일군들은 인민의 참된 충복이 되라고 하는 북한에서 왜 인민들은 수십 년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외국 여행은커녕 북한 내부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는 인민, 외국영화 ․ 인터넷도 금지된 인민, 종교를 믿고 신앙심을 가졌다가는 처형당하는 인민, 마음대로 직업도 선택할 수 없는 인민, 이밥에 고기국은커녕 수십 년간 촐촐 굶어야 하는 인민, 이들이 어딜 봐서 ‘하늘’일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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