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노인 인생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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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방문한 사진작가 홍성규씨가 버스에서 촬영한 평양거리 사진.
북한을 방문한 사진작가 홍성규씨가 버스에서 촬영한 평양거리 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한국에서는 1992년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정하고 매년 행사를 엽니다

국제노인의 날을 앞뒀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남북한 노인의 삶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합니다.

임채욱 선생: 지금 국제노인의 날을 말했는데 국제노인의 날은 10월 1일입니다. 유엔에서 1991년에 정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날 기념행사를 하는데 한국에서는 10월 2일에 합니다.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라서 이를 피하려고 10월 2일로 옮겼습니다.

남북한에선 어떤 행사를 하는지요?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1992년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정하고 매년 행사를 엽니다. 이 행사자리에서는 100세를 맞는 노인에게 청려장을 드립니다. 청려장은 장수를 상징하는 지팡이인데 명아주 줄기로 만든 아주 가볍고 단단한 지팡이입니다. 작년에 남자노인 228명 여자노인 1195명, 모두 1423명이 이 청려장을 받았습니다. 여자노인이 훨씬 많지요? 이미 청려장을 받은 100살을 넘은 노인만도 작년 8월 기준으로 1만 7521명입니다. 북한에서는 청년문화회관 같은 곳에서 노인을 초청해서 가무공연을 보게하거나 유원지나 공원에서도 노인들 유희오락경기를 엽니다. 최근에는 공연 곡 중 <세월이야 가보라지>가 인기를 많이 끕니다. 각급 음식점에서도 노인을 우대하는 친절한 봉사를 합니다. 100세를 맞는 노인은 생일에 최고통치자로부터 생일상도 받습니다.

한국에서는 <백세인생>이 있던데 북한에서는 <세월이야 가보라지>가 있군요. 가사가 궁금합니다.

임채욱 선생: 네, 한 번 보도록 하지요.

김형찬 작사 안정호 작곡 이옥화 노래입니다. 가사는 이렇습니다.

봄 시절은 멀리 흘러 우리 인생 가을인데 검은 머리 희였어도 그 시절 푸르르오

노동당의 은덕으로 황혼기도 청춘이니 세월이야 가보라지 우리 마음 늙을소냐

첫사랑을 속삭이던 버들방천 어드메냐 주름깊은 얼굴에도 그 버들이 싱싱하오

선군세상 복을 누려 구십환갑 노래하니 세월이야 가보라지 우리 마음 늙을 소냐

60청춘 90환갑을 내세워 노래한 것이지요.

그럼 한국 <백세인생> 가사도 한 번 봐야지요.

임채욱 선생: <100세 인생> 김종완 작사 작곡 이애란 노래입니다.

6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

7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간다고 전해라

8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간다고 전해라

9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테니 재촉 말라고 전해라

10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 또 넘어간다

간주 뒤에 이어집니다만 생략합니다.

둘 다 같이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는데, 북쪽가사에선 세월과 대결하는 느낌을 약간 받습니다. 지금 세상복지가 좋아져서 유엔에서는 노인기준도 새로 정했다지요?

임채욱 선생: 유엔은 사람의 생애주기를 17세까지를 미성년, 18세에서 65세까지를 청년으로 보고 66세부터 79세까지를 중년으로 보며 80세에서 99세까지를 노년으로 잡고 있습니다.

100세 이상이 되면 장수노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북한에선 노년이라 하지 않고 연로자(년로자)로 부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노인을 연로자라 부른다니까 노인 호칭도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일까요?

임채욱 선생: 글세요. 노인호칭이 아무리 그럴듯한들 늙는다는 본질을 외면할 수야 있겠습니까?

한국 노인복지단체 같은 곳에서도 일찍부터 노인호칭 공모도 해봤지만 썩 좋은 호칭은 아직 못 찾은 것 같습니다. 대개 노(老)자를 피하려고 수인(壽人), 목숨 수자 쓰는 수인이나 복복자 쓰는 복인(福人)이라고도 하고 노년 대신에는 숙년(熟年)이니 높을 고자를 쓰서 고년(高年)이라고도 해봤지요. 또 존경스럽다는 뜻으로 존자(尊者), 덕이있다는 뜻으로 덕자(德者)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노인호칭은 일찍이 공자가 정신연령과 관계를 지워서 불혹이다 지천명이다, 이순이고 종심이다라고 했지만 중국에서는 40대만 돼도 초로 50대는 중로 60대를 기로(耆老)라고 노(老)자를 피하지 않고 넣어서 부르기도 합니다. 이때는 노인존대 사회라서 빨리 늙어서 이런 호칭을 들으려고도 했던 것 아닐까도 싶군요. 노인호칭은 일본에서도 관심사항으로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노인은 호칭도 중요하지만 각종복지를 통해서 실제로 행복감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임채욱 선생: 맞습니다. 노인의 행복감도 실제 삶의 질이 나아지는데서 옵니다. 삶의 질은 즐거운가, 복된가 하는데서 찾아지지요. 흔히 노인문제에서 거론되는 것이 혼자 사는가 하는 독거, 생활이 어려운가 하는 빈곤문제, 아프지는 않는가 하는 질환, 또 무시 당하지는 않는가 하는 학대문제로 구분되는데 이 네 가지를 기준해서 만족하다면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그게 바로 노인의 행복이지요.

남북한 노인은 이런 문제를 다 같이 안고 있다고 보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납니까?

임채욱 선생: 한 나라 수준은 어린이, 여성, 노인이 어떤 대접을 받는가를 보면 안다고 합니다. 한국은 아주 부끄러운 통계가 있습니다. OECD국가들 중 노인빈곤율 1위에다 자살율 1위라고 합니다. 10대 경제대국이란 이름이 무색합니다. 노인대접이 복지면에서는 잘돼 있다지만 행복은 지갑속에서만 찾아지지 않는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북한에서야 당국이 말 한 대로라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복지혜택에 노인들은 행복이 넘친다고 하고 있지요. 북한 한 잡지에는 <덕보영감>이란 연재만화가 있는데 자식없는 노인은 나라에서 세운 양로원에 들어가서 행복한데 암흑의 땅 남조선에서는 늙은이를 부양하지 않아서 노인이 독약을 먹고 죽는다는 식으로 묘사합니다. 하지만 선대통치자 김정일이 한 이런 말을 들으면 과연 노인만을 위한 정책만을 펼까를 의심케 합니다. 나이 든 사람이 금강산에 못 올라간다고 노인을 위해 케이블카를 놓자고 해서 끝까지 반대했다면서 “나이 들어 못 올라가면 못 올라가는 거지. 환경파괴는 왜 하느냐고 했다” 누군 좋아하고 누군 섭섭해 할 말이지요.

양로원이라고 노인문제가 만족스럽게 해결되겠습니까? 스웨덴 같이 노인복지 시설이 잘 된 나라에도 문제가 있다지 않습니까?

임채욱 선생: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도 있듯이 세상에 완벽한 노인복지가 어디 있겠습니까?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천국이라는 스웨덴에서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라는 소설이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같은 소설도 다 요양원을 탈출한다는 스토리입니다. 복지시설이 잘된 요양원도 노인에게 행복을 가져오지 못할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면에서 일찍이 영국의 유명한 역사학자 토인비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만약 지구가 멸망해서 인류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면 꼭 가지고 가야 할 문화가 하나 있는데 바로 한국의 효다” 노인을 위한 이런 효정신을 찾아야겠습니다. 노인을 무조건 모시는 게 아니라 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사회적 부담이 아니라 자산이라는 인식을 하자는 거죠. 물론 노인의 지식이나 경험은 그전처럼 하나의 도서관이 되긴 어렵습니다. 인터넷을 찾으면 지식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의 경험은 귀중할 수 있습니다. 노인이 나이 듦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세상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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