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포전담당제로 농업증산은 어려울 것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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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테이프를 가위로 자르고 있는 모습.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테이프를 가위로 자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5월 1일자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순천 린 비료공장 준공식에 참가하여 준공테이프를 끊는 김정은과 주요 간부들이 환하게 웃는 영상을 보도했습니다. 농업생산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비료생산에서 새로운 발전을 가져오게 될 순천 린 비료공장의 준공이라, 당 간부 여러분 모두가 크게 기뻐해야 할 경사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1994년 7월 묘향산에서 경제간부확대회의를 주재했던 김일성이 내각의 화학담당 부총리에게 “왜 불수강(녹이 슬지 않는 강철, 스테인리스)을 생산하라고 그처럼 강조했는데 못하는가? 생산할 수 없다면 해외에서 사오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는데 왜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는가?” 라고 강하게 힐책한 바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흥남 질소비료공장이 1년에도 여러 차례 가동 중단되는 이유가 바로 암모니아 생산과정에서 가스가 통과하는 파이프에 녹이 슬기 때문임을, 김일성 자신이 료해하고 이를 시급히 고치라는 이유에서 불수강 문제를 제기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북한의 비료생산은 오랜 당의 주요 과업 중 하나인데 그나마 순천 린 비료공장이 준공되어 비료만이라도 농민들이 필요로 하는 량을 공급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당 간부 여러분! 농산물 증산에 필요한 비료의 증산문제가 하나 둘 해결된다고 하여 지금 북한인민이 겪고 있는 식량부족현상이 해결될 수 있을까요? 1950년대 소련신문에 재미있는 만화가 게재된 일이 있었습니다. 당 간부가 집단 농장 시찰차 협동농장(꼴호즈)에 나왔는데 밀(소맥)밭을 보니까 여기는 잘 자랐고 저기는 자라지 않아 밀밭의 성장이 들쑥날쑥 일정치 않음을 보고 왜 이런 것인지 그 이유를 묻자 꼴호즈(집단농장) 관리책임자는 이렇게 답합니다. “농민이 비료를 그릇에 하나 가득 담아 밀밭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힘이 있어 제대로 뿌리지만 힘이 빠지면 일거에 남은 비료를 한 곳에 쏟아 붓기 때문에 저렇게 ‘제대로 자란 것’, ‘비료가 없어 안 자란 것’, ‘너무 비료를 많이 뿌려 썩은 것’이 생겼다고 보고 하는 것입니다. 잘되던 못되던 그 결과는 집단농장의 일이니까 성의를 다해 골고루 비료를 뿌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만화였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바로 개인영농과 집단 영농의 차이가 이것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얻는 성과가 내 것이 되느냐, 내가 일한 만큼 내게 소득이 차례지느냐, 그렇다고 한다면 농민은 그 누구나 열심히 일하게 되지요. 이런 의미에서 2012년 6.28조치, 포전담당책임제 실시 이후 8년이 지났으니 지금쯤 그 사업성과를 재검토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당시 김정은 자신이 “중국의 방법이든 러시아나 일본의 것이든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도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 세계적 추세를 따라잡겠다”고 말했습니다. 6.28조치란 바로 분조단위를 축소 즉 10내지 25명 단위를 4내지 6명단위로 축소하고 작업분조에 토지를 할당하며, 필요한 생산비를 국가가 미리 지불해줌으로써 농민들이 종자나 비료구입에 어려움이 없도록 해주고, 한편 협동농장과 기업소 또는 긴급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휴 토지를 작업분조에 임대해줌으로써 경작지를 늘리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생산비용이나 알곡 수매가격을 시장가격으로 계산한다는 것, 생산물의 분배방식을 정량제에서 정률제로 바꾼다는 것 즉 국가와 작업분조간 생산물의 분배를 7:3(농민이 7, 국가가 3) 비율로 한다는 것 그리고 국가가 수매할 때 70%는 시장가격수준으로 수매하고 남는 것은 모든 분조에 현물로 분배하여 농민이 자율판매 하도록 허용한다는 것이었고 생산 목표량을 초과한 분에 대해서는 작업분조가 처분권을 가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그 후 이러한 6.28조치가 제대로 적용되고 있습니까? 외부 관찰자의 눈에는 북한 농민들이 김정일시대 보다는 훨씬 농사짓는 환경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평양 근방의 협동농장을 방문했던 외국 농업전문가들은 실제로 4~5명 단위로 세분화된 포전담당제가 실시되어 농실에서 야채 재배, 축산, 곡물 이 세 가지 농산물 생산이 다 같이 증산되고 있음을 목격했다는 보고도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농민 각자의 소득이 증대했다고 해서 그 결과로 농민들의 일상생활이 나아지지는 않았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이유는 그 만큼 자발적 방식이던 강제적 방식이든지 간에 새로운 지역개발과 건설을 위해 뜯기는 것이 많아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포전담당제가 실시되었다고 해서 일반적인 협동조합농민들의 경제생활이 나아졌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필요생산비를 국가가 선불한다는 것도 말뿐이고 실제로는 돈주가 선불방식으로 농산물 수매를 독점하여 그들의 배만 불리고 이렇게 돈주들의 이익이 늘어나면 그것을 지방 당 지역위원회가 빼앗고 결국 농민들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국가에 의해 가혹한 수탈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런 협동농장의 실정이 개선되지 않는 한 농민의 생산의욕이 높아질 리가 없습니다. 기왕에 포전담당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면 4~5인의 작업조로 사회주의 원칙으로 억누를 것이 아니라 각자 개인에게 토지를 임대 분양해주고 각자가 자기의 생산력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면 더욱 효과적인 것 아니겠습니까? 중국식 방법이던 러시아, 일본의 방식이던 채택하자고 결심했다면, 중국식으로 50년간 농민 각 개인에게 경작할 만한 농경지를 임대해주면 어떻습니까? 기왕 시장가격으로 농산물을 수매할 작정이라면 그대로 실시하면 될 것인데 왜 국가가 임의로 시장가격을 정하는 것입니까?

당 간부 여러분! 비료 생산을 늘린다는 것은 농산물 증산을 위해 필수적 조치입니다. 농민들의 비료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생산량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농민들이 농사지을 의욕이 높아질 때 비료 수요는 자동으로 늘어납니다.

농민의 창의력 없이는 농산물 증산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6.28조치 이후 여러분 당의 보도매체들은 알곡생산이 550만 톤으로 또는 580만 톤으로 늘었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북한 인민들의 식량사정은 엄혹합니다. 세계식량계획(WFP)는 수십만 톤 내지 100여만 톤의 식량부족으로 북한 인민의 영양실조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니 인도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외부세계의 염려는 결코 헛된 평가가 아님을 여러분은 인정할 것입니다. 농민의 생산의욕을 높이는 방법은 오직 하나 “밭갈이 하는 농민에게 토지를...” 이것임을 새삼 깨우쳐야 할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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