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와 손전화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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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마트에 사재기로 인해 식료품 창구가 텅 비어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마트에 사재기로 인해 식료품 창구가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사재기와 손전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퍼지면서 사재기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마스크와 손세정제, 소독용품이 가장 먼저 상점 진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인터넷 상점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갑자기 수요가 몰린데다, 너도나도 미리 많이 사서 집에 쌓아 놓겠다고 달려들다 보니 값이 치솟았습니다.

마스크와 손세정제, 소독용품을 사재기하는 건 그렇다 하더라도, 두루마리 화장지 사재기는 여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습니다. 제가 사는 이곳 워싱턴 지역에서도 한동안 두루마리 화장지를 상점 진열대에서 찾기 어려웠는데요, 실질적인 필요보다는 불안심리가 작용한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북한에서도 요즘 생활필수품 사재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가 한국과 미국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평양 주민들이 쌀과 세제 뿐만 아니라 전자제품과 술까지 사재기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국과의 국경이 봉쇄되고 민생용 수입품이 북한 당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수입품이 바닥날 것에 대비해 미리 사놓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북한은 사재기 뉴스는 모두 거짓이고 평양 물가는 안정돼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에 올린 평양 대성백화점의 모습에서는 사재기 현상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손전화로 수입품 가격동향과 수급상황을 금방 알 수 있는 장사꾼들이 지금같이 불안한 상황에서 가만히 손놓고 있지는 않겠죠. 나중에 더 높은 값에 팔기 위해 사재기를 할 수도 있고, 실제로 자기가 쓰려고 미리 사두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한국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기에는 마스크 대란을 겪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생활필수품 사재기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한국이 방역 모범국가로 떠오르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크게 줄어든 이유도 있겠지만, 택배, 그러니까 집까지 물건을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워낙 잘 발달해서 사재기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총알배송, 로켓배송, 새벽배송, 이런 말들이 나올 정도로 신속한 택배 서비스가 일상생활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굳이 상점에 직접 가서 물건을 사올 필요 없이, 집에 앉아서 지능형 손전화로 주문하면 금방 물건이 집에 배달됩니다. 내일 아침에 먹을 음식을 오늘 밤에 주문하면, 새벽에 집으로 음식이 배달됩니다. 이런 택배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이 강했고,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도 흔들림 없는 서비스를 확인했기 때문에 사재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겁니다.

지난해 한국의 택배산업 매출액은 6조 3천억 원, 미화로 약 6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국민 한 사람이 일년에 평균 50번 넘게 택배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최근에는 선물하기 택배 서비스까지 나왔는데요, 손전화 번호만 알면 누구에게나 늦어도 주문한 다음날까지 물건을 보낼 수 있습니다. 지능형 손전화에 내려받은 앱에서 선물할 물건을 골라 전자결제를 하고, 물건 받을 사람의 손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됩니다. 택배 업체는 물건 받을 사람에게 통보문을 보내 주소를 받아서 배달합니다.

한국과 같은 택배 서비스가 이뤄지려면 상품 공급과 운송 수단, 유통망이 제대로 받쳐줘야 합니다. 물론 지능형 손전화를 통한 주문과 결제 시스템도 갖춰야겠죠. 남의 집앞에 놓인 택배상자에 손대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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