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곡물 공급과 수요 모두 부족”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5-21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칠골남새전문농장에서 농장원들이 농기계를 이용해 추수를 하고 있다.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칠골남새전문농장에서 농장원들이 농기계를 이용해 추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코로나19’의 여파로 북한의 올해 작황이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한국 통일부도 북한이 올해 식량 부족 현상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 농업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은 곡물 공급과 수요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는 북한의 자력갱생과 사회주의 체제의 한계를 드러낸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이 농업 부문에서 스스로 문제점을 정확인 인식하고, 이에 대한 개선의 노력과 함께 국제사회가 내민 협력의 손길도 붙잡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덕인 기자가 올해 북한 농사 작황과 관련해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 권태진 GS 인스티튜트 북한 동북아연구원장의 견해를 들어왔습니다

(* 인터뷰는 각각 따로 진행됐습니다).

기자: 윌리엄 브라운 교수님, 권태진 원장님. 오늘 시간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최근 한국 통일부가 올해 북한의 곡물이 86만톤 정도 부족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코로나 19’로 곡물 수입도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는데요. 통일부 발표에 앞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북한이 ‘코로나 19’로 인해 식량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와 식량농업기구의 관측에 대한 두 분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브라운 교수 제공

윌리엄 브라운 교수: 저는 한국의 농촌진흥청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을 추정하기 위한 노력을 지금까지 나름 잘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수치를 추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무엇보다 북한 스스로가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들이 곡물 생산 현황에 관한 정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보는데요. 특히 북한에 원조를 제공하느냐 마느냐를 논할 때는 더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가 밝힌 수치는 좋은 추정치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문제점은, 사실 북한은 항상 곡물수요량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3년 평균 곡물생산량에 비해 몇십만(86만) 톤이 부족하다는 추정이 북한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했을 가능성은 매우 작습니다. 실제로 전체 규모의 10% 대해서만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하려는 말은 북한이 지난 3~4년의 평균과 비슷한 수준의 작황을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정말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을 겪고 있다는 식으로 섣불리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한국의 민간연구소 GSn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 권태진 원장.
한국의 민간연구소 GSn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 권태진 원장. /권태진 원장 제공

권태진 원장: 86만톤 부족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같은데요. 어쩌면 100만톤을 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북한을 바라보는 수요량이 얼마냐는 것은, 그것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건데, 일반적으로 국제기구에서는 수요량을 높게 보고 있고, 한국에서는 이보다 낮게 보는데, 86만톤이던, 100만톤이던 모두 작지 않은 양입니다.

올해 당장 가을 농사도 그렇지만, 당장 곡물 수급 상황도 상당히 우려할만하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은 북한 시장의 곡물가격이 2월보다 안정돼 있습니다. 쌀 가격도 안정돼 있고요.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 달러 가격이 매우 불안합니다. 북한 주민도 그렇고, 곡물을 파는 사람도 매우 불안한 가운데 판매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북한이 공채를 판매한 탓인지, 북한 원화 가치가 떨어져야 하는데,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이상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달러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불안한 상황인데, 이는 그만큼 시중에 달러가 부족하다는 것이죠.

곡물 자체도 넉넉하게 공급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비공식적인 수입을 통해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이 과거보다 작아졌거든요. 북중 국경의 폐쇄로 일반적인 상업활동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국경을 단속하고 있고, 최근 북한 고위 간부들에 대한 감시도 심해져서 간부들조차도 시장에서 마음대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래저래 불안한 상황이거든요. 또 시장이 불안하면 취약계층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보기 때문에 취약계층의 인도적인 문제는 올해 우리가 알고 있는 평균적인 개념보다 열악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농업, 20년간 반복된 문제... 자력갱생의 한계”

기자: 다소 암울해 보이는 북한의 농업 관련 전망이 나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권태진 원장: 지금 별 대책이 없습니다. 항상 북한에서는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데, 자력으로 뭘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이 자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거든요. 요즘은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또다시 발병하는 것 같은데, 개인이나 북한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노동력은 열심히 하라고 하면 해결되지만, 그 외에는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자력갱생이 거의 바닥에 와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죠. 북한 스스로 한국과 협력을 차단하고 있는 데다 한국이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해도 지금까지 했던 말이 있어서 지원도 받거나 남북협력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교수:
북한의 농업 문제는 고난의 행군 이후 지난 20년 동안 계속돼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식량농업기구나 세계식량계획, 또는 한국 정부는 북한이 요청하지 않아도 거의 매년 북한에 원조를 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언급해왔죠.

물론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지 않아 잘 먹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지난 20년 동안 같은 문제가 지속해왔고, 대북지원을 지지하는 그 어떤 누구라도 이제는 이러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소 지난 50년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사회주의 체제가 제대로 굴러간 사례는 없습니다. 러시아, 중국, 그리고 북한 역시 아주 심한 기근을 겪었습니다. 이것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무엇보다 북한이 원조를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외부에서 원조를 먼저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부가 그들의 문제를 스스로 인정하기 이전에 그들을 섣불리 돕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겁니다. 북한이 왜 도움이 필요한지 외부에 합리적인 설명을 한다면 이에 대한 도움을 주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섣불리 원조를 제공하는 것은 북한의 농부들을 돕기보다 오히려 북한 정권을 돕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한, 비료 산업에서 엇갈린 행보”

기자: 북한의 협동농장에서 비료부족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북한 내부에서는 인비료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권태진 원장: ‘코로나 19’ 때문에 중국도 비료 등 자재들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에 여유있게 비료를 무상 지원하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북한의 외화 사정이 나쁘기 때문에 비료를 상업적으로 수입하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북한이 지난 4월에 외화부족으로 공채를 발행했거든요. 올해 예산의 60% 규모에 해당하는 공채를 발행해서 시중에 있는 달러를 끌어모으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하는 만큼 공채를 사는 사람이 적은 것 같은데, 이렇게 달러가 부족하다 보면 수입할 수 있는 물건도 제한되죠.

특히 농업에서 비료는 정말 필수적인 품목인데, 가장 최근의 것을 입수하지 못했지만, 비료 수입이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북한에서 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결국, 올해 농사는 지금이 매우 중요한데, 기대한 만큼 순조롭게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윌리엄 브라운 교수: 비료 부족은 북한 농업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올가을 추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언급하신 인비료마저 북한 내부에서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에 대해 흥미로운 한 가지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제가 지난 1950~60년대에 한국에 거주할 당시 한국이 인비료를 사용하고 있었고, 반대로 북한이 화학비료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한국은 화학비료 산업을 받아들이고 발전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북한은 반대였습니다. 북한은 1950~60년대에 화학비료를 많이 썼고, 앞서 일본이나 러시아, 또는 동유럽 국가들이 지었던 화학비료공장들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나름 굳건한 화학비료 산업의 기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북한이 인비료를 필요로 하느냐는 거죠. 그것은 북한 스스로가 산업 자체를 망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대부분 비료를 자체적으로 생산해왔고, 외부로부터 비료를 많이 수입해오지 않았습니다. 아마 ‘코로나 19’가 비료에 미친 영향이라고 한다면, 북한이 외부에서 추가로 수입하는 특수한 비료가 없을 수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작황에 대해 추측하는 것은 조금 이르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제 5월이고, 막 농사를 시작할 시기이기 때문에 현시점에 섣부른 추측은 하지 않겠습니다.

“북, 곡물 공급과 수요 모두 부족해”


기자: 두 분께 따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브라운 교수님, 북한의 곡물 수입과 관련해 ‘코로나 19’국면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요? 특히 중국과의 무역에서 말이죠.

윌리엄 브라운 교수:
작년에 중국이 북한에 약 18만 톤의 곡물을 수출했다는 자료를 봤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이 쌀이였고요. 대부분 지난해 3분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다시 말해 중국의 추수 기간에 북한에 약 18만 톤을 주거나 팔았다는 건데요. 이번 2020년 1분기에는 약 2천 톤만 선적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매우 적은 양이죠. 문제를 야기하는 부분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상 1분기는 거래량이 낮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겨울이기 때문에 많은 양이 오가는 시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곡물수입량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8만 톤을 수입한 것은 지난 5년간의 수입량에 비해 적은 양이며,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곡물량에 비해서도 매우 적습니다. 북한은 매년 4~5백만 톤의 곡물을 생산하고, 몇십만 톤 정도만 외부에서 수입한다고 알려지기 때문에 농업 부문에서 무역 수치가 큰 지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곡물을 생산하느냐에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생산한 곡물에 대한 분배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라고 봅니다.

기자: 권태진 원장님, 북한 시장에는 쌀이나 곡물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다.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 먹을 수 있는데요. 식량 부족 현상이 일반 주민과 지배 계층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권태진 원장: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곡물 부족량이 80~90만 톤이라고 말하는 것은 첫째, 북한의 수요량 대비 생산하는 곡물량을 대비하는 것이죠. 이밖에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수입을 하면 부족량이 줄어드는데, 아마 북한의 전체 부족량을 완전히 메우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반 가정은 직접 사먹거나 직장으로부터 배급을 받아야 하는데요. 요즘은 국가가 아닌 기업소, 일반 직장에서 배급을 받아야 하는데, 직장이 제대로 가동이 안 되지 않습니까. 올해 초 북중 간 무역 통계를 보면, 수입과 수출이 많이 줄었습니다. 또 북한이 중국에 수출하는 금액이나 양도 현저히 줄었습니다. 수출해야 돈이 생기고 이것이 시장에 풀리면서 기업도 제대로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데, 무역이 부진하면서 기업의 생산활동이 매우 위축됐을 겁니다. 기업은 종업원에서 식량을 배급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죠. 주민들은 시장에서 더 많은 식량을 사먹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상업 활동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시장 활동이 위축돼 있기 때문에 공급 측면보다 오히려 수요 측면에서 어려운 것이죠.

그래서 식량농업기구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모두 부족한 현상이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는데요. 그것이 올바른 평가인 것 같습니다. 보통 우리가 공급 측면에서만 많이 보는데, 올해는 구매능력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네. 윌리엄 브라운 교수님, 권태진 원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 권태진 GS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원장과 함께 올해 북한의 농사 작황과 관련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