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특별기획: 식량안보가 곧 인권이다] <3> 제재∙집단 농업 탓 개혁 효과 한계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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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남도 원화 협동농장 농장원들이 논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평안남도 원화 협동농장 농장원들이 논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ASSOCIATED PRESS

앵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뒤 도입한 북한의 농업개혁 정책과 식량 생산 증대 노력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의 부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집단농업체제 유지’ 등이 북한 농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만성적인 식량 부족 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북한의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RFA 특별기획: 식량안보가 곧 인권이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북한의 농업정책과 앞으로 필요한 개혁 조치에 대해 짚어봅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그래픽-김태이

김정은 정권, 식량 생산 증대 노력 긍정적

- 2012년 도입한 포전담당제, 농업 정책의 개선 불러와

- 김정은 정권, 식량 생산 늘리려 많은 노력한 것은 인정

- ‘작업우대제’부터 ‘분조관리제’, ‘포전담당제’까지 농업 정책 변화

- ‘포전담당제’ 도입, 식량 생산 증대에 일부 효과


한국과 일본의 농업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농업 개혁을 통해 식량 생산을 늘리려 노력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2012년,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란 김 위원장의 담화를 계기로 도입된 포전담당제는 북한 농민의 생산 의욕을 높였고, 실제 생산량 증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권태진 원장(GS&J 인스티튜트)] 사실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이 식량 생산을 늘리려고 꽤 노력을 했어요. 그 부분은 인정합니다. 포전담당제를 비롯해 북한 협동농장의 자율 경영권을 과거보다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책임 경영을 하도록 많이 유도했습니다. 제도가 법제화된 부분도 있고요.

[이시마루 지로 대표(아시아프레스)] 북한이 포전담당제를 도입하면서 집단농업 제도의 개선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부분을 많이 주목하고 현지 농장에 사람을 보내 조사를 해왔습니다. 약간의 개선은 있어요. 농장에서 생산된 전체 분량 중에 농민이 얼마를 받는다는 식의 제도에서, 국가에 바치는 분량만 초과하면 나머지는 농민이 가질 수 있다는 제도로 바뀐 것은 어느 정도 농민의 생산 의욕을 자극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본 언론인이자 북한 경제 전문가인 문성희 박사에 따르면 2010년과 2011년에는 북한이 각각 451만 톤과 469만 톤가량의 식량 생산량을 기록했지만, 포전담당제를 시행한 2012년부터 500만 톤을 넘어섰습니다.

[문성희 박사] 포전담당제가 실시된 이후 북한에서는 실제로 곡물 생산량이 늘어났습니다. 2012년에는 약 519만 톤, 2013년에는 519만 톤, 2014년에는 524만 톤, 2015년에는 548만 톤인데, 특히 포전담당제가 실시된 2012년에 곡물 생산량이 부쩍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온전히 포전담당제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실제로 농업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요.

북한의 농업 형태는 기본적으로 협동농장입니다. 농업의 협동화를 실현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노동 의욕의 저하로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협동농장에서는 1960년부터 국가가 정한 생산 목표를 초과 달성한 분량에 대해서는 해당 작업반과 나누는 ‘작업우대제’를 도입했지만,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1966년부터 시행된 ‘분조관리제’. 작업반 아래 분조마다 일정한 면적의 포전과 노동력, 농기구 등을 공급하고 국가의 계획에 따라 목표 생산량을 결정한 뒤에 수확이 끝나면 분조 농장원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농산물을 분배하는 제도였습니다.

김일성 주석 당시에는 분조 당 15~20명으로 구성됐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인 1996년에는 7~8명, 2003년에 5~6명 수준까지 축소하면서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농업개혁 정책을 펼친 겁니다.

분조를 구성하는 인원수가 적어진 만큼 한 사람당 돌아가는 분배 몫이 많아지므로 북한 주민의 큰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4년에 도입된 ‘포전담당제’는 국가가 제시하는 생산량, 토지 사용료와 함께 관개시설 사용료, 영농물자, 비료 등의 대금을 현물로 상납하면 나머지 농작물에 대한 처분권을 협동농장이 갖는 제도였는데, 분조보다 더 작은 단위인 3~5명으로 농업을 허용한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문성희 박사] ‘분조관리제’와 ‘포전담당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 분조관리제 안에 포전담당제가 포함됩니다. 10~25명이라는 분조관리제의 인원수를 1명, 아니면 3~5명으로 나눠 하나의 포전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 포전담당제인 겁니다. 3~5명이라는 것은 하나의 가정 단위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되면 사회주의 혁명을 실시하기 전의 개인 농업과 다름없는 것이 되죠.

2004년에 시행한 포전담당제는 ‘자본주의 사상’, ‘시장경제의 확대’를 우려한 현장 간부들의 소극적인 참여와 농업개혁의 후퇴로 널리 확대되지 않았지만, 김정은 정권이 시작된 이후 재개됐습니다.

[문성희 박사] 김정은 정권이 시작된 2012년에 포전담당제가 다시 도입됩니다. 협동농장에서는 일한 몫과 생산 실적에 따라 현물을 분배하는 새로운 조치가 취해졌어요. 중국의 농업생산청부제(일정 생산량을 국가에 상납한 뒤 나머지는 개인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제도)와 많이 닮은 정책이 실시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픽-김태이

야심 찬 농업개혁 조치 실패 원인은?

- ‘포전담당제’, 궁극적인 성공 평가 어려워

- 첫째, 기본적인 자본 부족∙공급도 막혀

- 둘째, 대북제재로 국제사회의 지원도 제한

- 셋째, 고집하는 집단농업체계의 한계

- 농업개혁 조치가 생산 현장에서 제 기능 발휘 못 해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김정은 정권의 생산 증대 의욕과 북한 주민의 호응 속에 포전담당제가 재개됐지만, 아직 성공이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합니다.

북한 당국이 여전히 협동 농업을 우선시하는 것은 물론 국가가 약속한 할당량 외에도 각종 명목으로 가져가는 분량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생산한 만큼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제도이지만, 농민의 부담도 함께 늘어난 겁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김영훈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기본적인 자본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습니다.

농업 개혁 정책이 현장에 영향을 미치려면 잘 갖춰진 생산시설에 필요한 농자재도 공급돼야 하는데, 자본이 충분치 않다 보니 개혁 조치가 식량 생산량의 증가로 이어질 수 없었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습니다.

[김영훈 선임연구위원] 동기를 유발해 생산성을 증대시킨다는 목표를 두고 농업 정책을 시행했는데, 농업개혁 조치가 농업생산 현장에서 잘 작동하려면 자본이 공급돼 물적 토대가 잘 갖춰져야 합니다. 생산기반이 잘 갖춰져야 하고 필요한 농자재 등도 잘 공급돼야 하는데, 그러한 자본재 공급, 생산기반의 상태 등이 굉장히 취약했어요. 농업개혁 조치가 현장에서 작동이 잘 안 되는 겁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 내에서 자본을 공급할 수 없다면 해외 투자라도 유치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새로운 농업개혁 조치를 추진력 있게 펼칠 수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GS&J 인스티튜트의 권태진 원장은 대북제재 탓에 농업개혁 조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진단합니다.

필요한 농자재의 수입이 대북제재에 의해 제한된 것은 물론 북한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자본의 공급은 국제사회의 투자와 협력, 남북교류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대북제재로 대부분 길이 막혀 버렸다고 권 원장은 설명했습니다.

[권태진 원장]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북한이 의도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지, 제도적으로는 과거보다 식량 생산을 위한 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협동농장에서 제대로 농자재 공급을 못 하는 부분은 북한의 노력 부족도 있지만, 유엔의 대북제재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북한이 의도했던 생산증대 효과가 현실적으로 나타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만약 북한이 유엔의 경제제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 북한이 지금까지 준비했던 제도적인 개혁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여전히 집단 농업을 고집하는 북한 당국의 정책을 꼬집습니다.

그는 북한이 집단 농업을 고수하는 이유로 첫째, 조직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북한의 통치 구조, 둘째, 김정은 정권이 일부 계층에 대해 책임지고 식량을 공급해야 하는 역할을 거론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집단 농업을 고집하고, 이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 방침이 있습니다. 지금 북한의 식량 문제는 농업 문제라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집단농업을 계속 유지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보는데, 하나는 조직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북한의 통치 구조 때문이죠. 농민에게 자유를 주지 않고 관리하에 자유 농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통치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고요. 둘째는 체제 구성의 기본적인 문제와 연관되는데, 체제가 필요로 하는 계층∙도시∙조직 등에 국가가 식량 배급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집단 농업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식량 생산의 증대를 위해 포전담당제를 앞세운 농업 개혁 정책을 시행했지만, ‘기초적인 자본 부족’, ‘대북제재가 미친 영향’, 그리고 ‘집단 농업 체제 유지’ 등이 이를 가로막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이 변해야…

- 북, 지난해 식자재∙농산물∙질소비료 수입 비중 증가

- 식량난 대책 마련에 손 놓고 있지 않았던 북한

- ‘국제사회의 지원’, ‘대북제재 해제’의 핵심은 비핵화

- 집단농업에서 개인 농업으로 빠른 전환도 필수


농업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동안 북한도 식량 생산과 관련해 무작정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대북제재로 지난해 북∙중 간 교역에서 수출이 80~90%, 수입은 30% 이상 감소했음에도 농산물과 식자재의 수입 규모는 전체 수입량의 30%를 차지할 만큼 많이 늘었습니다. (예년 15% 이하) 한국 대외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 생산 증대에 필요한 질소 비료의 수입은 전년보다 약 16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북한 당국도 식량 부족 현상을 막기 위해 애를 쓴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하지만 식량 생산의 증대와 농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자본의 유입’, ‘대북제재의 해제’를 위해서는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권태진 원장] 북한이 손 놓고 있지 않았지만, 여러 자연재해와 외부 요인 때문에 지난해 식량 생산이 부족했고, 시장 활동의 침체로 구매 활동도 낮아져서 이런 결과(식량부족)를 가져왔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만 빨리 완성하면 식량 생산량이 과거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제도 자체로는 과거보다 더 개선된 구조를 마련했기 때문에, 부족한 물적 능력은 국제사회와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김영훈 선임연구위원] 북한에서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농업개혁조치가 잘 작동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결국 자본이 공급돼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그 자본이 북한 내부에서 공급되기는 어렵습니다. 북한 경제가 너무나 침체돼 있기 때문에 농업 부문에서 필요한 자본은 외부에서 공급돼야 하는데 국제기구, 서방 국가, 한국, 미국 등에서 대규모 지원을 한다든지, 농업 자본이 북한에 투자돼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우선 국제 사회가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핵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남북미 간의 대화에도 북한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서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고,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집단 농업에서 개인 농업으로의 빠른 전환을 주문합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20세기 전 세계의 역사에서 증명됐듯이 농업에서 농민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 체제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란코프 교수] 얼마 전 북한 몇 개 지역에서 포전담당제보다 더 강력한 농업 개혁이 실시되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몇 개 지역에서 농장별로 개인 포전담당제를 확장하고, 한 개 분조씩 개인 포전 시범 단위를 꾸려왔다고 합니다. 이는 포전담당제보다 효과성이 높은 개인 농장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역시 북한에서는 제일 우선적으로 하는 부분은 집단 농업을 포기하는 거죠. 집단 농업을 포기하고 개인 농업을 시행하면 세계에서도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농자재, 농업 인프라 등에 대한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 집단 농업을 폐지한다고 결심하면 생산량도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으로 평가된 김정은 정권의 농업개혁 정책.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와 집단 농업 형태에서 변화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제사회의 지원과 남북교류 등을 힘입어 훨씬 더 많은 식량 생산량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만성적인 식량 부족’, ‘식량 안보 우려’, ‘최저 수준의 노동생산성’등 매년 북한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 지원을 받는 국가가 아닌 지원하는 국가로 탈바꿈할 기회의 선택은 결국,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 있습니다.

[권태진 원장] 매년 자력갱생을 강조하지만, 자력갱생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결국 외부로부터 자본이 유입돼야 하고 국제사회나 남북한의 협력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전제가 되는 것이 비핵화가 완성돼야 하고요. 비핵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완화, 그리고 남북한∙국제사회와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이 지금까지 준비했던 제도적인 개선이 제대로 작동하면 자연스럽게 곡물 생산량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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