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전문가진단 ‘2019 북한’ (1) 빛바랜 청사진…더 팍팍해진 주민들 삶

워싱턴-김태이 kimt@rfa.org
20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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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주민들이 지게로 짐을 나르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주민들이 지게로 짐을 나르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2019년 한해 북한 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했던 듯합니다.

국제사회의 계속된 대북제재, 나쁜 작황 등으로 농촌과 도시 주민 모두 먹고살기 힘든 데, 북한 당국은 실질적인 대책과 지원 없이 자력갱생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내부에서 전해지는 소식인데요. 뿐만 아니라 올해는 ‘비사회주의’에 대한 통제와 단속이 더 강화돼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19년 한해를 마감하며 각 분야 전문가를 통해 북한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는데요.

오늘은 첫 순서로 북한 내부상황에 관해 김태이 기자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농촌도시 주민 모두 먹고살기 힘들어

-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먼저 대표님께서는 한해를 되돌아보시면서 가장 먼저 꼽고 싶은 북한 내부소식은 무엇입니까?

[이시마루 지로] 올해 2019년도에 많은 북한 내부 소식이 취재협조자로부터 왔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농민들이 정말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경제제재 탓에 북한 주민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졌는데, 취재 협조자는 한결같이 ‘농민들이 정말 어렵게 산다’ ‘생산자가 굶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까지 생기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생산자가 어렵다는 것은 국가가 생산한 쌀에 대해 징수를 너무 지나치게 해왔기 때문인데요. 외부 사회에서 이런 상황이 보이지 않겠지만, 농민들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픈 소식이었습니다.

- 북한은 올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가장 낮은 경제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가장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올해 북한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어땠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제재의 영향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은 ‘아시아프레스’뿐 아니라 여러 곳의 정보가 있었습니다. 모든 도시, 모든 주민의 생활이 매우 어려워졌어요.

함경북도 무산광산을 비롯해 국영기업소들은 거의 배급이 끊겼고, 일반 공장기업소와 지방 도시, 평양에 있는 일반 공장기업소 중에서 자금과 자재 부족 등으로 가동을 멈춘 곳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무역이 잘 안 되니까 돈의 유통이 정말 나빠져서 큰 불경기에 빠졌죠. 시장에서는 물건이 잘 팔리지 않고, 도시 주민은 장사가 잘 안되니까 현금 수입이 많이 줄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북한에서도 올해 수확이 끝났습니다. 국제기구(FAO, WFP )에서는 2019 농사 작황이 좋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식량 부족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반면, 올해 농사를 그리 망치지 않았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판단하시는지요?

[이시마루 지로] 2018년에는 날씨가 나쁘고 가물어서 식량 생산이 많이 줄었다는 것을 북한 당국도 인정합니다. 유엔 기구에 100만 톤이 넘는 식량 부족 현상을 보고했고, 국제사회도 인도적 지원을 하자는 움직임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럼 올해는 어떤가에 대해 지난봄부터 현지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양강도, 함경북도, 평안남도 등에 있는 몇 군데 농장에 취재협조자를 보내 상황을 조사했는데, 결과적으로 자체 조사로는 흉작이었던 작년보다 올해가 더 나빴다는 보고가 더 많았습니다.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는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저희가 조사한 지역은 모두 작년보다 나빴다고 합니다.

그 원인이 문제인데요. 첫째는 영농자재의 부족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자금이 없어서 비료, 농약 등 영농자재를 구매하지 못해 농장에 공급하지 못했다는 거죠. 원래는 당국에서 책임지고 농장에 공급해야 하는데, 이것도 대북제재가 원인일 겁니다. 정부가 돈이 부족해 영농자재를 주지 못했다는 거죠.

둘째는 어느 농장이나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바로 노동력 부족입니다.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하니까 여자 중심의 농장이 많습니다. 게다가 삼지연, 원산, 갈마, 단천 수력발전소 건설 등 국가사업에 농장원들이 동원됐습니다. 그래서 봄 이후 농사를 잘해야 하는 시기에 노동력 부족이 정말 심각해서 김매기도 잘못했고, 농사에 큰 영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셋째는 가뭄을 들 수 있고요. 넷째는 땅이 많이 산성화돼서 지력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화학비료를 계속 쓰다 보니 땅이 많이 약해졌죠. 이 네 가지 원인 때문에 흉작이었던 작년보다 올해는 농사가 잘 안됐다는 것이 공통적인 보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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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주요 사업도 진전없는 , 대북제재 영향

- 여러가지 대내외 상황이 좋지 않았던 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던 삼지연 관광특구 건설 공사를 비롯해 다양한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올해 약속했던 전력난 해소도 개선된 같지 않은데 어떻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우선 전력 공급 상황부터 말씀드리면, 삼지연 건설과 같은 최우선 국가사업과 관련이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전력공급이 1초도 없는 절전 지역, 즉 전기가 하나도 없는 지역까지 생겼습니다. 그런데 7월부터 개선됐어요. 저희가 계속 조사했는데, ‘중국에서 전력지원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고 추정합니다. 추운 겨울철에 전력 부족의 원인은 수력발전소의 가동률이 떨어지기 때문이지만, 이는 옛날부터 계속돼 온 것이고요.

대북제재가 시작된 2017년 말 이후 전력 사정이 어려운 이유는 역시 발전소의 노후화를 먼저 들 수 있고요. 삼지연 건설과 같은 최우선 국가사업에 우선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일반 주민과 생산시설에 대한 공급이 많이 나빠졌던 것 같습니다.

삼지연 관광특구 건설 사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우선 과제사업이었는데, 얼마 전에 완공식이 있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참석했습니다만, 주민들의 정말 큰 희생이 있었어요. 주민들에게 건설 자금을 내라는 강요가 있었고, 공장∙기업소∙당 조직∙학교∙인민반 등에서 노력 동원도 있었습니다. 그 결과 일단 완공식을 진행했지만, 삼지연 이외 시설은 계획대로 됐다는 소식이 없습니다. 결국, 국가사업도 제재 때문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대북제재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군요. 대표님께서 그동안 간의 밀수 소식도 꾸준히 전해주셨습니다. 특히 올해 북중 무역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밀수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는 소식이 들렸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이시마루 지로] 북∙중 간 밀수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서해 해상에서 배를 연결해 석탄이나 기름, 해산물 등을 옮기는 것이고요. 둘째는 압록강, 두만강 등 국경에 있는 강을 통하는 밀수입니다. 지금은 두만강 쪽 밀수가 거의 없어졌다고 현지 사람들이 말합니다. 그만큼 국경 통제가 심하다는 것이죠.

압록강 쪽에서 이뤄지는 밀수는 99%가 국가 밀수입니다. 개인적인 밀수가 조금 남아있지만, 대부분 국가밀수입니다. 국가 밀수는 무역 기관이 북한 당국의 허락을 받고 국경까지 가서 당국의 승인 아래 중국 측 대방과 하는데, 중국 쪽은 국가가 아닌 민간 업자가 나서서 합니다. 이것이 밀수의 주요 구조가 됐는데요. 중국 당국은 밀수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습니다. 비교적 제재를 잘 지키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한 이후 밀수에 대한 통제가 약해졌다고 봅니다. 중국 측에서 눈감아 주는 상황이 생기지 않았나 추정하는데요.

밀수 품목을 보면 북한에서 중국에 넘어가는 물건은 작게는 약초와 오징어 같은 해산물부터 최근에는 광물도 많이 나간다고 합니다. 차량을 대규모로 투입해 광물을 중국에 넘기는 것이고요. 중국  측에서는 버스, 트럭 등 차량, 철근과 같은 건설 자재가 북한으로 넘어갑니다. 국제사회가 밀수를 막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중국은 비교적 유엔 대북제재를 잘 지키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밀수의 규모가 전체적인 공식 무역량에 비하면 큰 규모는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 현재 수출이 불가한 품목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요?

[이시마루 지로] 광물 자원 중 가장 수출 규모가 컸던 석탄은 배로 실어 해상에서 밀반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석탄은 단가가 쌉니다. 그렇게 비싸지 않아요. 그래서 최근 북한에서 중국으로 단가가 비싼 물건, 즉 몰디브덴이나 아연, 구리 등이 많이 넘어가고요. 함경북도 무산광산에서 만든 철광석도 단가가 낮기 때문에 밀수로 중국에 보내려 해도 값이 안 맞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별로 나가는 것은 없고, 생산 가동률이 많이 감소한 데다 이미 생산한 것도 야적상태라고 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회견에서 ‘2019 북한’을 진단한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회견에서 ‘2019 북한’을 진단한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 Photo: RFA

 

손전화기무단 직장 이탈자 단속 강화

- 올해 북한 사회의 통제와 단속은 어땠다고 평가하시나요? 외부정보의 유입이나 유출, 장사, 탈북 밖의 북한 사회에서 특별히 통제와 단속을 강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모든 통제가 강화됐지만, 시기적으로 보면 2018년 평창 올림픽 이후, 그리고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남북대화의 진전과 동시에 통제가 심해졌습니다. 이는 북한 당국에서 볼 때 남북대화가 확대되면 한국,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까 미리 통제하기 위해 ‘비사회주의 현상과 투쟁’ 운동을 계속해왔습니다. 지금도 ‘비사회주의 투쟁’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사회통제가 강화된 근본적인 원인은 남북교류의 확대를 경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외부정보의 유입, 장사, 탈북에 대한 통제 외에도 대표적인 것으로 첫째, 휴대전화에 대한 통제가 매우 심해졌습니다. 중국 휴대전화를 불법으로 사용하는 것 외에도 북한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하는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통제가 많이 심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군인들의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군인이 마음대로 쓰면 부대 안의 정보가 새 나간다는 것을 막기 위해서지요.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을 사용해 만든 불법 휴대전화, 즉 대포폰에 대한 단속도 한창입니다. 거리에서 휴대전화를 검사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검문소에서 사람을 세워 휴대전화를 보자고 하고 휴대전화 안에 있는 문서, 문자메시지, 사진, 동영상 등을 본다고 합니다. 이는 휴대전화라는 개인 정보 전달 매체가 생기면서 ‘어떤 정보를 누구와 교류하고 주고받는가’와 같이 당국이 관리하지 못하는 정보가 북한 내에서 유통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또 무직자, 직장 이탈자를 통제하는 것도 많이 강화됐습니다. 지금은 경제제재 때문에 북한의 모든 지역과 도시, 모든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직장에 다녀도 월급이나 배급을 못 받는 직장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먹고살아야 하니까 국영기업소를 떠나 장사에 나서거나 다른 직장으로 가기도 하는데, 정부 당국이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을 우려해 이런 통제에 나섰다고 봅니다.

-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북 관계, 남북관계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도 상황을 주민들에게 설명 해야 하고, 2020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같은데 대표님 어떻게 보시나요?

[이시마루 지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부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노이 회담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인데, 그때만 해도 ‘조금 있으면 제재는 완화된다.’, ‘우리 생활이 좋아진다’고 주민을 대상으로 선전해 왔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미국과 관계가 좋아지지 않는 한, 제재는 계속되고 경제 악화는 지속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체제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계속 나오는 구호는 ‘자력갱생’밖에 없다고 사람들이 말합니다. ‘자력갱생’을 주민들에게 열심히 설명하는데, 어떻게 하면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지원 등이 하나도 없습니다. 북한 당국에서는 ‘아무런 지원도 못 한다’, ‘자기 힘으로 해결하라’는 것뿐인데, 그 이유로 미 제국주의와 주중 세력들의 경제봉쇄정책 때문이라는 말밖에 안 하는 것 같습니다.

2020년 새로운 해를 맞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교섭도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주민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민 입장에서 보면 앞이 잘 안 보인다는 불안감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북한 소식은 부정적인데 혹시 올해 북한이 달라졌다거나 변했다는 긍정적인 소식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긍정적인 소식이 뭘까’ 저도 생각해봤는데, 잘 떠오르지 않네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계속 상황은 악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 입장에서 좋은 소식이라면 생활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좋은 소식은 하나도 듣지 못했습니다. 이를 보면서 북한 주민의 생각은 어떨까를 생각해봤는데, 북한 내부 협조자들도 계속 어렵다며 우는소리만 합니다. 좋아졌다는 징후는 잘 안 보이네요.

- . 대표님. 오늘 말씀 들었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네.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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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반체제 작가 반디는 그의 시, '일편단심'에서 "그대가 없는 삶은 캄캄 그뭄밤 살아 보람없는 내 치욕의 한생..."이라고 자유를 '님'에 비유하며 갈구했습니다. 그의 시에 멜로디를 붙여 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d_KF2uDRiM

Dec 31, 2019 12:0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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