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대유행] 북한도 ‘비상’ <4> 핵 대신 주민 보건∙건강 챙길 때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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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전염병 유입과 전파를 막기 위해 2중 3중의 봉쇄대책을 철저히 세워나가야 한다고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전염병 유입과 전파를 막기 위해 2중 3중의 봉쇄대책을 철저히 세워나가야 한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코로나 19’ 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짚어본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는 매우 허술하고 열악한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는 국민들의 건강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던 북한 당국과 질병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간부들의 충성경쟁이 한몫을 했다고 북한 의사 출신의 한 전문가는 지적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중에도 여전히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애쓰고, 질병 발생과 확산 상황을 국내외에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현재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북한 주민의 건강은 더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이 전문가는 강조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코로나 19’ 세계적 대유행 사태 속 북한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북한의 의료∙보건 체계를 점검하는 집중 기획을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마지막 시간으로 북한 청진의과대학 출신의 최정훈 한국 고려대학교 공공정책 연구교수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북한서 ‘코로나 19’ 확진자 있을 것…격리 치료 어려워”

- 최정훈 교수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북한 청진의과대학을 졸업하셨기 때문에 북한의 보건 의료 실태를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교수님은 북한 내 ‘코로나 19’의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최정훈 교수
최정훈 교수 /고려대 웹사이트

[최정훈 교수] 북한에 관한 것은 상식선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우선 ‘코로나 19’는 작년 12월에 시작됐는데, 당시 북 중 사이에 많은 사람이 오갔고, 중국에도 북한 주민이 들어가 무역 활동을 하거나 일을 많이 했거든요. 북한 내에도 중국인 관광객, 중국 사람이 많이 오갔는데, 북한이 1월 말경에 북 중 국경을 차단했잖아요. 이미 감염자는 있다는 겁니다.

- 미 주한 미군 사령관도 그런 말을 했고요, 많은 전문가의 분석을 들어봐도 북한에 확진 환자가 있을 것이란 합리적 추정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최정훈 교수] 북한이 제일 먼저 했던 것은 북 중 국경의 차단이었습니다. 그것은 국가적인 상황이었고, 내부에서는 의심 환자, 유사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 대해 격리조치를 취했는데, 격리돼도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한국은 국가적으로 보장이 됩니다. 먹는 것부터 전기, 수도가 안 나와 격리가 어렵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데, 북한에서는 이 모든 것을 다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아야 하는데 국가적으로 보장이 안 되잖아요. 온 가족이 격리된 상황에서 격리 기간이 보름에서 한 달이나 되는데, 먹고살기 위해서 도중에 나가는 거죠. 그래서 자가 격리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됐거든요.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차단 방역에 있어 격리가 가장 유효하고 북한 당국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인데, 이것이 안 되다 보니 북한 내부에서는 전염병 확산을 막는데 취약한 것이죠.

-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북한에서는 기본적으로 의심 환자에 대한 격리와 통제가 어려운데, 그렇다면 만약 확진 환자가 있을 경우 치료 체계는 어떻습니까?

[최정훈 교수] 열악하죠. 북한에서 겨울철이면 홍역, 수두 등 각종 전염병이 발생하는데, 마지막에는 폐렴이나 합병증으로 사망합니다. 그런데 합병증 치료를 위한 항생제가 북한에 없고, 병원에 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장마당에 있거든요. 또 병원에 약이 없으니까 현장에서 치료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거죠.

이번에 유엔 대북제재가 풀리면서 진단키트와 장비, 특히 RT-PCR이라고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진하는 장비가 이번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동안 대북제재 항목 때문에 못 들어갔는데, 북한에 이것이 없었다는 거죠. 이것이 없으면 바이러스를 어떻게 확인합니까. 북한이 북 중 국경을 차단하고 항만, 공항 등도 차단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체계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확실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이 해결될 때까지 차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거든요. 틀린 말은 아닌데,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으니까요.

“과거의 무관심 은폐가 보건 의료체계 무너뜨려”

- 최근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보건 안보지수에서 전 세계 최하위를 차지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청진 의과대학을 졸업하셨는데, 당시에 북한의 보건 실태는 어땠습니까?

[최정훈 교수] 기본적으로 지금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전기, 수도, 식량 등 모든 것이 부족했거든요. 주민이 거주하는 집뿐 아니라 병원도 똑같아요. 한 예를 들자면, 2006~2007년 사이에 발생했던 홍역 사태 때 처음에는 성홍열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홍역으로 확인됐거든요.

당시 지방이나 그 산하에서는 불가능하지만, 평양에 있는 ‘중앙위생방역소’에서 홍역을 확진한 줄 알았습니다. 홍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침 자체가 바뀌었잖아요. 성홍열에서 ‘홍역에 대한 투쟁 강화’라고 하니까 ‘이게 뭔가’란 의문이 들다가 중앙위생방역소의 임원진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사람이 조용히 말하기를 ‘지금 중앙위생방역소도 균 분리를 못 했다’라는 겁니다. 김 위원장이 방침도 여러 번 내놓고, 보건성과 중앙위생방역소, 철도성 등도 계속 방침을 하달했는데, 그런 상황에도 북한이 바이러스 확진을 못 했다는 거예요. 그때 저도 알았습니다. 그냥 열악한 것이 아니라 아주 심각하다고 말입니다.

- 그것은 북한 연구진의 기술력이 없는 겁니까? 아니면 장비가 없는 겁니까?

[최정훈 교수] 장비가 없는 거죠. 당시 보유한 장비는 몇십 년 전 것이거든요. 현대 첨단 기술로 하는 장비나 기술은 거의 없습니다. ‘코로나 19’ 진단 키트와 장비도 이번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북한 보건 의료 실태의 문제점을 지적해주신다면요?

[최정훈 교수] 기본적이라고 두 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념적인 문제, 하나는 기술적인 문제인데 결국 둘 다 원인은 같은 것이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북한 보건의료의 양대 산맥이 있는데, 무상치료와 예방의학입니다. 1950년대부터 전반적인 무상치료제를 도입했는데 53년 1월부터 실시됐죠. 또 1960년대 초에 예방의학이 대두하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국제적으로 북한이 중국, 소련 등과 관계가 소홀해지는 상황이 되거든요. 북한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겠다 해서 당시 김일성 국가주석이 경제 국방 변경노선을 내놓습니다. 경제와 국방을 다같이 중요하게 여기고 같이 추진해 나가는 건데 실제로는 국방에 편중된 정책을 시행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민간분야, 보건의료 예산이나 인력 등에서 열악한 상황이 조성되는 것이죠.

또 예방의학 차원에서 국가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대중 스스로 보건 인력들과 합심해 자신의 운동으로 만들어 전개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충성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어느 곳에서 심각한 질병이 나왔다고 하면 보건을 담당하는 당국자는 처벌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거죠. 그런 것들이 자꾸 은폐되기 시작합니다.

다시 말하면 첫째, 북한 당국이 국방에만 편중된 예산과 정책을 집행하다 보니 열악해졌다. 둘째, 예방의학 정책으로써 전염병을 근절하는 투쟁을 보건 의료인과 근로자들 스스로 대중운동으로 만들어 과도한 충성경쟁을 하다 보니 이런 전염병들이 은폐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 그리고 국가 경제가 계속 후퇴하면서 의료체계도 같이 열악해졌다는 말씀이시죠?

[최정훈 교수] 북한 스스로 자초한 것 아닙니까? 대북제재의 원인이 무엇인가요?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니까 제재하는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정말 주민을 위한 정책을 실시한다면 핵과 미사일보다는 민간 부분에 관심을 두고 투자해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핵과 미사일에 투자한 막강한 예산과 기술, 관심을 보건 의료에 집중했다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겁니다. 어찌 보면 한국보다 나았을 수도 있습니다.

“전염병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대처 중요”

- ‘코로나 19’와 관련해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북한이 투명하지 않다는 겁니다. 조금 전에도 은폐에 관한 말씀을 하셨는데, 북한이 현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족한 것은 국제사회에 지원요청을 하면 될 것 같은데요. 북한의 보건 의료체계에서 투명성도 큰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정훈 교수] 1960년대 초에 김일성 주석이 경제 국방 병진노선을 내세우면서 예방의학의 필요성이 대두하게 되고, 예방의학의 골자로 충성경쟁을 하다 보니 은폐가 이뤄지지 않았습니까. 지금도 같은 것이죠. 북한은 노동당이 방송을 다 장악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잘하고 있다, 없다’, 딱 두 가지잖아요.

이것은 코로나 때뿐만이 아니에요. 북한에서는 1년 내내 전염병이 끊긴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계속 유행하고 있고요. 전염병에 의한 사망자는 계속 나오는데, 북한이 이를 은폐하고 있잖아요. 전염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의 공개입니다.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예방의학 체계가 작동하려면 대중 스스로 운동이 돼야 하고, 주민 차원에서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이것도 공개를 안 해요. 그러니까 심각성을 모르는 거죠. 이것을 알아야 북한 주민이 운동으로 만들어 움직이는데, 당국 차원에서 정보 공개를 안 하니까 예방의학 체계가 작동을 안 하는 겁니다.

또 내부 공개를 안 하니까 외부는 더 안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북한 주민이 전염병에 걸리는 피해가 일어나고, 건강이 위협을 받는데도 국제사회에 공개를 안 하다 보니 지원도 못 받고 있잖아요. 북한 주민의 안전보다는 체재의 이미지에 더 치중한다고 볼 수 있죠.

- 교수님의 전문 분야인 공공정책과 연결해 하나만 더 질문드리겠습니다. 보건 의료도 공공정책의 한 분야라고 볼 수 있는데, 앞으로 전염병은 계속 발생하겠죠. 북한이 공공정책의 개념에서 보건 의료체계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하실 수 있을까요?

[최정훈 교수님] 북한의 보건 의료 체계는 북한 당국이 자랑하는 것처럼 멀쩡히 있습니다. 그럼 뭐합니까. 시스템이 작동을 안 하는데. 기술 실무적인 문제나 물자, 시설 등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안 갖춰졌거든요.

핵심은 이겁니다. 국방에만 편중된 관심과 투자를 하지 말고, 주민 건강과 안전, 보건 등에 더 관심을 돌리고 솔직한 자세와 관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상황을 지켜보면, 시스템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작동하는 능력이 중요하잖아요. 그것이 안 되니까 참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분명히 남한보다 열악한 상황인데, 북한 주민, 언론, 그 누구도 말 한마디를 못 하잖아요. 자유가 있는 곳과 없는 곳과 차이, 다시 말하면 인권입니다. 전염병이 발생할 때는 먹고 사는 문제뿐 아니라 생명의 위협까지도 제기되는데, 이같은 기본 생존권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요즘과 같은 전염병 상황에서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도 꼭 짚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청진의과대학을 졸업한 최정훈 한국 고려대학교 공공정책 연구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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