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추방은 유엔 고문방지협약 위반”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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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북한 주민 송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북한 주민 송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한국 정부가 7일 동해에서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을 북한으로 추방한 것은 고문위험국가에 개인의 추방·송환·인도를 금지하는 유엔 고문방지협약 위반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국정원 측은 이날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한 북한 주민 2명이 한국 국민들 사이에 돌아다니면 한국 국민들에게 큰 위험이 되기 때문에 망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혜훈 한국 국회 정보위원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국정원의 보고 내용에 따르면 선장의 지속적인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은 이들 두 명이 선장을 포함해16명의 동료 선원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인 것이 조사 결과 인정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범죄자가 한국의 사법체계로 처벌 받을 수 있을지 법리를 따져야 하는데 시체도 없고 여러 증거도 이미 인멸됐으며, 이들의 나이가 22세와 23세라고 전했다고 한국 일간지 국민일보 등이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2004년부터 북한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해 온 북한 전문가인 미국의 조슈아 스탠튼(Joshua Stanton) 변호사는 한국 정부는 이들 두 명의 북한 주민을 한국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벌 받도록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들이 재판을 받지 않고 사회에 위협이 되는지 아닌지 결정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 북한 주민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적법한 절차도 없이, 고문 등 상상할 수 없이 잔혹한 처우를 받게 될 것이 명백한 곳(북한)으로 이들을 보내는 것은 고문위험 국가에 개인을 추방·송환하거나 인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3조 위반입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는 북한 당국에 의한 방대한(extensive) 고문 사례가 기록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이번 북한 주민 추방이 나쁜 전례가 될까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홍콩에서도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이 위험한 선례가 될까 우려한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 보냄으로써 한국 정부는 적법한 절차 없고, 고문이 일상화된 북한의 사법제도를 적법하다고 용인(legitimized)한 것입니다.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재판을 통해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절대 이들이 살인자라고 추정해서도 안되며, 인도적인 처우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Phil Robertson) 부국장도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을 투명하게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발표 내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는 조사 내용을 완전히 공개해 철저하고 공정하게(thorough and impartial) 조사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들이 16명을 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가능한가요? 한국 정부가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것 자체가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한국 정부가 이들 두 명의 북한 주민들에게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리는 데 불과 3일이 걸렸다는 데 심각하게 우려한다(deeply troubling)고 지적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3만 3천 여명의 탈북자를 받아들인 한국 정부가 더 이상 탈북자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봅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들의 한국에 망명을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북한에 돌려보내지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며, 망명을 신청한 북한 주민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송환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 함경북도 청진에서 수산무역업 관련 일을 했던 정광일 노체인 대표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오징어(낙지) 잡이는 9월이면 끝나는데다 북한의 트랙터 엔진을 사용하는15미터짜리 목선을 타고 이들이 원양어업에 나섰다는 것은 이치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정광일 대표: 앞뒤가 전혀 안 맞아요. 제 생각에는 북한이 금강산관광 문제를 갖고 너무 거부하고 그러니까 북한에 ‘제물’로 바친 것 같아요. 북한식으로 말하면 저도 흉악범이고, 다들 흉악범이잖아요.

정 대표는 이어 이들이 자강도로 도주하려고 김책항에 재입항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책 인근 혜산으로 가면 쉽게 중국으로 도주가 가능한데 바다 출입증도 없이 다시 김책항에서 시속 10킬로미터에서 20킬로미터에 불과한 배를 타고 도주가 가능했다는 것도 북한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더구나 적어도 10년 이상의 경험 있는 어부가 아니라면 위성항법장치도 없는 목선을 타고 남한까지 갈 수 없는데 이들이 22세, 23세에 불과하다는 것도 의심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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