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해외교포들이 한국말을 잊어버릴 수 밖에 없는 이유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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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출신의 교포들이 제일 많이 사는 나라는 4개국인데요.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구소련지역입니다. 미국과 중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각각 200만여 명인데, 일본과 구소련에서는 각각 50~60만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구소련 교포들은 아마 조선말을 거의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들 대부분이 19세기 말 즉 150년 전에 제정 러시아로 이민간 사람들의 후손인데요. 대부분의 경우 지금 교포 2~3세가 아니라 5~7세입니다.

다시 말하면, 오늘날 구소련지역에 사는 40세의 교포라면, 러시아로 이민 온 그의 조상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정도가 됩니다. 원래 러시아 교포들은 러시아혁명 이후 조선말 교육지원도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러시아어를 배워야 했습니다. 교육을 받으려면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기본 소통 수단이 노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민족의식이 많은 사람들은 아들딸이 고향말 즉 조선말을 배우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민족정신이 많았지만 그 아들딸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할아버지가 쓰는 조선말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조선말 배우기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했고 그 대신 수학이나 물리학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유감스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세계 어디서나 벌어지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저는 러시아 출신의 해외 이민자들을 많이 아는데, 그들의 아들딸들이 노어를 못하는 건 보통일입니다. 손자손녀들은 거의 못합니다.

얼마 전까지 조선말을 잘했던 교포들은 재일교포들인데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일본말을 너무 잘해도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문에 재일교포들은 일본 주류사회에 들어갈 희망이 없어서 자기들끼리 살고, 사실상 일본이란 국가안에서 그들만의 국가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와 재일교포들에 대한 차별이 없어지기 시작했고 지금도 조금은 남아있지만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젊은 재일교포들 중에 조선말을 잘하는 것은 꽤 드문 일입니다.

중국의 경우, 문화대혁명 시대를 제외하면 조선족에 대한 차별이 별로 없었습니다. 조선족들은 1990년대까지 대를 이어 조선족 마을에서 사는 농민들이었고 마을에서나 학교에서도 조선말을 썼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옛날 이야기입니다. 중국에서 조선족들은 구소련에서도 그랬듯 제일 성공적인 소수민족이 되었습니다. 젊은 교포들은 성공하기 위해 중국어를 배워야 했고 자연스럽게 조선말에 대한 관심이 작아졌습니다.

흥미롭게도 중국 교포들 사이에 조선말이 어느정도 남아있는 이유는 남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교포들은 남한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많이 하고 돈을 벌기 위해 부자국가인 남한으로 많이 갑니다. 이런 이유로 그들에게 조선말은 아직 쓸모있는 도구이기 때문에 조선족이 재일, 재미, 재러 교포들보다 조선말을 더 잘하는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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