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금강산관광계약 파기가 보여준 것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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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북한지도부는 금강산을 북한식으로 새로 건설할 데 대해 지시했습니다. 김정은은 고성항과 해금강 호텔 등 남한 측이 건설한 시설에 대해 "심히 낙후되고 남루하기 그지없는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시설"이라고 비판하면서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습니다. 또한 "금강산이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이나 축도처럼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인식"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지어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비판까지 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25일 남측에 “금강산지구에 국제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할 것”이라며 시설을 철거하라고 일방적으로 통지했고 만나서 토론하자는 남한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문건으로 보내라고 요구했습니다.

다 아는 것처럼 북한은 고난의 행군으로 나라의 경제사정이 매우 어려워지자 남한의 지원을 허용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남한 정부와 민간으로부터 받은 지원액은 식량차관까지 합하면 28억 달러가 넘습니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극복하는 데서 남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원조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특히 현대기업의 정주영 회장은 북한에 두고 온 고향을 생각하며 1천 마리 소를 몰고 북한으로 들어갔습니다. 현대는 평양에 정주영체육관도 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금강산 등에 대한 독점사업권을 주는 대가로 5억 달러를 북한에 송금했고 그로 인해 비극도 겪었습니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남한관광객인 박왕자 씨가 북한 경비병이 쏜 총에 사망하면서 중단되었습니다. 당시 남한이 요구한 것은 공동조사였습니다. 외국에서 사망한 자기국민에 대한 공동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국제관례상 너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북한의 무례함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남한주민들의 민심이 이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돌아섰고 남한당국은 금강산관광 중단조치를 취했습니다. 이후 금강산관광은 11년 넘게 중단되고 있습니다. 현대아산은 북한의 50년 관광독점권 약속을 믿고 금강산에 약 7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금강산관광이 중단되면서 지금까지 현대아산이 입은 누적손실은 15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북한이 금강산에서 모든 설비를 철거하고 금강산관광을 북한이 주도하게 되면 현대아산은 완전히 파산하게 될 것입니다.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제봉쇄정책에 맞서 관광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작년 북한을 방문한 관광객은 연간 20만 명입니다. 남한의 1500만 관광객에 비하면 북한의 관광업은 이제 시작입니다. 북한이 관광지 몇 곳을 건설해 놓고 남한의 관광시설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지도부의 남한에 대한 무지와 오만을 드러낼 뿐입니다.

북한이 관광업을 발전시키려면 교통, 체신 등 사회기본시설 구축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투자가 절실합니다. 그러나 대북제재 이전에도 북한에 투자하려는 기업이 거의 없었습니다. 북한을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자본주의사회는 법도 도덕도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본주의 기업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신뢰입니다. 개인의 소유를 침해하고 계약을 어기는 대상과 누구도 거래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번 금강산관광 사태를 통해 남한과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투자가 시기상조라는 것을 다시금 절실히 깨달았을 것입니다.

금강산관광은 물론 기업의 이익을 위해 시작한 사업이지만 정주영 회장의 고향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사업이었습니다. 정주영 회장은 위험을 감수하고 제일 먼저 투자했고 이는 남한기업들의 북한투자를 촉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한 은인과의 약속을 서슴없이 저버리는 것을 보면서 남한주민들은 더 두말할 것 없고 북한주민들까지도 북한지도부가 늘 외우는 양심과 의리가 얼마나 기만적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을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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