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의 타이밍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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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이란 우리말로 ‘적기’, 혹은 행동의 효과가 가장 극대화될 수 있는 시기를 의미합니다. 사람의 인생에서 또 한나라의 역사에서 타이밍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한일합병은 지금까지도 깊은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적 본성이 나빴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국력이 강했다면 식민지로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보다 훨씬 뒤떨어졌던 일본이 조선을 앞서나가게 된 것은 서방문물을 남 먼저 제때에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국과 조선은 서방의 침입을 경계만 하면서 쇄국정책에 매달렸고 결국은 시기를 놓쳐 일제와 국력이 하늘과 땅처럼 벌어지게 되었고 결국 일제의 식민지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통탄하며 실력배양, 민족 산업진흥을 주장했지만 일제식민지 상황에서 불가능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무장투쟁으로 나라를 찾았다고 선전하지만 사실 일본이 2차 대전을 일으켜 소련과 미국에 패하지 않았다면 조선의 독립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타이밍을 놓친 것은 이조 왕조만이 아닙니다. 북한도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하고 남한이 선진국으로 이행하던 1980년대 북한은 옛날 조선왕조처럼 주체만 주장하면서 쇄국정책에 매달렸습니다.

왜 지금이라도 ‘북한이 개혁개방을 못하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자본주의 나쁜 물이 북한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이 북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에 나라의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다른데 있습니다. 바로 남한 때문에 개혁개방을 못합니다. 남북의 격차가 너무 커 개혁개방을 하면 북한인민들이 남한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주민들이 얼마나 물질적으로 풍요하게 살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고 그 순간 북한지도부는 정권을 내놓아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혁 개방으로 무섭게 발전하는 중국도 두려운 존재로 되었습니다.

1970년대 중반에 역전되기 시작했지만 1980년만 해도 남북의 경제적 격차는 지금처럼 크지 않았습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만약 1980년에 중국처럼 북한도 개혁개방을 했더라면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 것입니다. 북한도 중국과 같은 속도로 발전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남과 북의 차이 때문에 항상 불안에 떠는 오늘과 같은 상황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난의 행군을 겪고 난 2000년에 와서야 북한지도부는 개혁개방이 답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벌써 때가 늦었습니다. 타이밍을 놓친 것입니다. 남한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남북의 차이가 하늘땅같이 커졌습니다. 이제는 개혁개방을 해서 따라가기에 너무 늦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개혁개방을 하자니 주민들의 동요가 무섭고 하지 말자니 북한이 나날이 가난해져 주변나라들과 격차가 더 커지는 것이 두렵습니다.

사람의 인생에 적어도 기회가 3번은 찾아온다고 합니다. 국가의 역사에도 드물지만 기회가 여러 번 찾아옵니다. 북한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지금 조성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단번 도약을 희망합니다. 빠른 변화가 아니면 주민들이 다 남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단번 도약을 시도해볼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미국이 핵 폐기를 대가로 많은 것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북한지도부가 대담하게 결심하고 행동한다면 단번도약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또 놓치면 북한은 계속 낙후한 국가로 남을 것이고 식민지로 전락했던 조선시대의 역사를 되풀이하게 될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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