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스톡홀롬 미북 핵대화 결렬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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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스웨덴의 스톡홀롬에서 열린 미북 핵대화가 결렬되면서 북핵 문제의 해결전망은 또 다시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하노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가진 후 220일 만에 미국과 북한의 회담대표들이 스톡홀롬 외곽에 있는 회의시설인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Villa Elfvik Strand)에서 마주 앉았지만 아무런 합의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기약없이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다음 날인 10월 6일 미국 측 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주일 후에 다시 만날 것을 제의했지만, 북한 김명길 대표의 대답은 “만날 일이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회담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이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금년 5월 이후 지금까지 11차례에 걸쳐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장해온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것은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모든 위협을 먼저 제거해야 북한도 핵포기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며,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고 있는 핵우산은 물론 한미 연합훈련, 미 전략자산의 한국 전개 등을 전면 중단하고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하라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북한이 여전히 ‘Bad small deal,’ 즉 ‘나쁜 부분적 합의’에 집착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Bad small deal’이란 북한이 핵능력의 일부만 포기하거나 기존 핵능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추가적인 핵개발을 포기하는 핵동결(nuclear freeze)만을 약속하고 그것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선에서 대미관계 정상화와 대북제재 해제를 얻어내려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를 ‘가짜 비핵화’라고 부릅니다. 북한이 2월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에게 요구한 것도 바로 이 ‘가짜 비핵화’였습니다. 즉 영변지역의 핵시설들을 사찰에 공개하는 대가로 사실상의 대북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한 것이었습니다. 반면, 미국은 ‘Big deal’을 원합니다. 즉, 북핵을 폐기하기 것은 시간이 걸리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겠지만 일단은 모든 핵능력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위해 보유 중인 모든 핵관련 시설과 물질을 신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것은 바로 북한의 ‘가짜 비핵화’ 요구와 미국의 ‘Big deal’ 요구가 부딪쳤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은 이번에 스톡홀롬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 개념에 입각한 ‘Bad small deal’을 요구했고, 미국은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입장의 불변성은 회담 결렬 후 있었던 김명길 북한대표의 말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김 대사는 5일 회담 결렬 직후 스톡홀롬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발표한 브리핑을 통해 “우리가 미국 측에 어떤 계산법이 필요한가를 명백히 설명했고 충분한 시간도 주었음에도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중지, 북부 핵시험장 폐기, 미군 유골송환 등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있게 화답해야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스톡홀롬에서도 북한은 자신들의 주장을 하나도 바꾸지 않으면서 미국의 양보를 요구한 것입니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회담 결렬 후 북한은 상대편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위협을 가했습니다. 김명길 대표는 귀국길에 경유지로 들린 베이징에서 “미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개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10월 2일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발사를 문제삼아 유엔 안보리를 소집한 것에 대해서도 엄포를 놓았습니다. 10월 7일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자위적 조치를 안보리에서 문제삼는 것은 매우 위험스러운 시도이기에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글쎄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문제가 아니라 북한을 핵개발로 떠밀었던 미국의 핵전쟁 위협과 적대정책을 없애는 것이 문제라는 ‘조선반도 비핵화’ 논리가 정녕 진리일까요? 북한이 6.25 전쟁을 도발하고 이후에도 무수한 군사도발을 감행했기 때문에 한미동맹이 생겨났고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인데도, 계속 거짓 논리를 앞세워 ‘Bad small deal’을 관철하려는 북한에게 국제사회가 과연 공감할 수 있을까요? 답답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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