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10대들의 저력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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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인터넷의 여러 사회연결망에서 큰 화제가 된 사진이 한 장 있는데요. 시위 진압용 장비로 중무장하고 방탄조끼까지 입고 있는 수십 명의 전투경찰들이 뒤에 서 있고 그 앞에는 어려 보이는 여성 한 명이 땅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의 사진입니다. 이게 어떤 상황일까요?

7월 27일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투명하고 정당한 투표를 실시하자고 요구하는 모스크바 시민들의 시위 모습입니다. 시위 중 한 17세 소녀가 전투경찰들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러시아 헌법을 소리내 읽고 있는 모습이랍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제 각기 손전화로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서 세계사람들의 관심을 주목시킨 것입니다. 17세의 이 소녀의 이름은 올가 미식 (Olga Misik)이고 현재 고급중학교 학생입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이 소녀의 모습을 ‘푸틴의 강경 전제군주 독재에 대항하는 민주화의 상징’이라며 감동 받았다는 글들을 남겼습니다. 언론사들은 무장한 전투경찰 앞에 처연하게 앉아서 헌법을 낭독하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과거 1989년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시위에서 보여줬던 한 시민의 용감한 모습과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중국당국은 새벽에 탱크를 동원했습니다. 광장의 큰 도로를 한 줄로 이어 달리는 탱크 앞에 한 청년이 다가가 맨몸으로 탱크의 진로를 막았습니다. 이 영상과 사진은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사람들은 이 청년을 탱크맨이라고 부르며 이 사진은 중국인민들의 민주화를 염원하는 상징적 모습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무기를 들고 온 게 아니라 우리는 단지 평화적 목적으로 여기에 왔다는 것을 당국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라고 미식은 한 언론사에 말했습니다. “전투경찰들은 모든 시위대를 밀쳐냈어요. 그래서 나는 땅바닥에 앉아서 헌법을 읽기 시작했지요. 그 내용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폭력적인 일은 불법이라고 명시한 우리나라 헌법상에 있는 평화적 시위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미식은 네 가지의 헌법 조항을 읽었다고 설명합니다. 첫째 평화적 시위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조항이며, 둘째 모든 사람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셋째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조항이고요. 넷째 국민들의 의지와 힘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명시한 조항입니다.

이후 전투경찰들이 미식의 팔을 비틀어 쥐고 체포해 가는 모습도 영상으로 찍혀서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게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저항하는 미식을 제압하기 위해 경찰들이 팔과 다리를 잡아 들어올려서 끌고 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미식은 그 날 하루밤 구류 당했으나 곧 풀려났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주장하기 위해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중 천 명 이상이 지난 7월 말 경에 체포 구금됐습니다. 이번 시위는 오는 9월에 실시하는 지방의회 선거에 유력한 야당 측 후보의 등록을 러시아 당국이 거부했기 때문에 촉발됐다고 합니다.

최근 미식의 사례처럼 10대들의 사회참여 활동이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경우들이 제법 많이 보입니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해 지구환경을 보호하자며 환경운동에 뛰어든 10대들의 활동이 많은 국제 정치인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스웨덴 출신의 환경보호 활동가인 그레타 툰베르크(Greta Thunberg)는 16살입니다. 툰베르크는 지난해 12월에 폴란드에서 열린 유엔 세계기후대회에서 국제적인 정상들 앞에서, “2078년에 저는 75세가 되는데요. 그때 제 자식들이 물어볼 수도 있을 겁니다. 지구 환경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을 때 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냐고. 지금 지구환경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우리 자식들의 미래를 훔쳐가는 일입니다”라고 말하며 지구환경보호에 적극적이지 않은 세계 정치인들을 질타해서 유명합니다. 미국에서는 잦은 총기 난사사고로 인해 총기류 규제를 요구하는 10대 운동가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각종 언론대담과 대규모 시위에서 정부가 총기 소유를 불법화하고 총기를 규제할 것을 주장하며 시민들의 인식제고를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다양한 국제사회 문제에 대해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10대 활동가들이 이렇게 적극적입니다. 북한의 인권증진을 위해서 활동하는 많은 북한출신 활동가들을 보면 북한 청소년층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북한인권 증진의 당위성을 이야기하는 탈북민 중에는 북한에서는 꽃제비로 연명하다가 탈북 후 미국과 남한에서 북한인권 활동에 기여하는 분들도 많이 보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북한의 10대도 세계 사회의 청소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 결코 뒤쳐지지 않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잠재력을 실현하고 표현할 수 있는 환경만 주어진다면 북한의 10대 청소년들도 충분히 세계화 사회 그리고 지구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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