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일상에서 발생하는 ‘반인도범죄’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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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 프랑스의 수도 파리 변두리에서 펠리시앙 카부가라는 사람이 체포 됐습니다.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1994년 4월부터 3개월간 1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살상한 르완다 대학살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프랑스 당국이 체포했습니다. 올해 84세의 카부가는 대량학살과 반인도범죄 혐의로 1997년에 유엔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되었지만 용케도 지금까지 숨어 지냈습니다.

르완다는 아프리카 대륙 중앙의 콩고민주공화국과 탄자니아 사이에 낀 아주 작은 나라입니다. 1990년 르완다의 북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간다에서 툿시민족 난민으로 구성된 ‘르완다 애국전선’이 르완다를 공격했고 이어서 내전이 발생합니다. 1993년 8월 후투민족이 권력을 잡고 있는 르완다 정부는 반군과 평화협정을 맺고 3년간의 내전을 끝냅니다만 그 다음해 4월에 대통령이 암살 당하면서 평화협정은 깨졌습니다. 그러자 그 다음날로 르완다 군인과 경찰은 대통령 암살이 툿시민족이 계획한 것이라며 툿시 사람들과 온건파 후투민족 정치 지도자들을 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3개월 이상 학살이 이뤄졌고 이 기간에 툿시 민족의 70프로에 해당하는 백만 여 명이 살해 됐습니다. 이것이 1994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르완다 학살입니다. 이후 학살의 책임을 묻는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으로 1995년에 열렸고요. 르완다의 고위급 군인, 정치인, 기업가 등 93명이 학살 및 반인도범죄에 대한 책임으로 기소됐습니다.

이번에 체포된 카부가는 르완다 학살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사업가였습니다. 당시 르완다 라디오 방송국의 대표로서 툿시민족을 포함한 소수민족을 광범위하게 살상하라고 방송으로 부추겼으며 후투 반군들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면서 대랑살상을 위한 재정을 책임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카부가는 1997년에 유엔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반인도범죄와 학살로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26년간 체포를 피해 프랑스로 도망가서 이름도 바꾸고 살고 있었습니다. 이제 카부가에게 책임을 묻게 될 곳은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다루는 범죄는 공권력을 가지고 민간인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들이 해당되는데요. 르완다에서 자행된 것 같이 인종이나 민족,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대량으로 사람들을 살해하는 범죄인 학살, 전쟁범죄 그리고 반인도범죄입니다. 반인도범죄가 되는 행위들로는 살해, 노예노동, 강제이주, 국제법의 기본 원칙을 위반하는 육체적 자유의 심각한 박탈과 구금, 고문, 성폭력, 강제실종 등이 있습니다. 이 같은 인권유린을 공권력을 가진 당국자가 민간인을 겨냥해서 저지를 경우에 해당되며,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자행될 때 반인도범죄라고 규정합니다.

예를 들어서, 남한으로 탈북하려다가 중국에서 잡혀 북한으로 송환 됐을 경우 남한행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살아서 나오지 못하는 ‘관리소'로 보내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어디론가 끌고 간 후 생사와 행방을 알지 못하는 사례가 ‘강제실종’이면서 국제법을 위반한 구금에도 해당합니다. 또, 1969년에 북한당국이 남한 상공에서 나포한 대한항공 비행기의 승무원과 탑승자 중 11명을 북한에 억류한 사건이 있는데요. 올해 초 유엔의 강제실종실무그룹이 11명의 남한 시민을 집으로 돌려 보내라고 권고했습니다. 북한당국이 저지른 이 범죄가 반인도범죄에 해당하는 ‘강제실종’입니다. 또 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보안서 구류장으로 잡혀 들어가는 경우에도 반인도 범죄가 종종 발생합니다. 구류장에서 조사나 예심을 받으면서 조사원이나 예심원이 발로 차거나 폭행을 가하는 경우인데요. 이것은 ‘고문’으로 역시 반인도 범죄입니다. 그리고 돌격대로 동원돼서 돈도 못 받으면서 장기간 강제로 격심한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노예노동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주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수도 없이 발견되는 인권유린들이 국제법에서는 ‘반인도범죄'라고 봅니다. 그리고 반인도범죄를 저지른 당사자들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책임을 묻게 됩니다.

르완다 학살의 주요 용의자 카부가의 체포에 대해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카부가의 체포로, 중대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정의를 피해 갈 수 없으며 설령 사반세기가 지났더라도 결국은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게 돼 있다는 강력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덧붙여, 구테레스 사무총장은 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끝까지 찾아서 묻는 것은 평화와 안보, 정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학살이 발생한지 26년이나 지나서 80세 중반이 된 카부가를 체포한 사건을 보면서 북한의 반인도범죄는 언제 어떻게 책임규명이 될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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