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발트해 3국의 민주주의 30주년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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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8월 23일 저녁 7시였습니다. 2백 만 명의 사람들이 한 줄로 이어 서서 서로의 손을 잡고 거대한 인간 띠를 만들어 15분간 동시에 “자유를 달라”고 외치며 평화적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지금부터 정확히 30년 전, 북유럽의 발트해에 인접한 세 나라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세 나라의 인민들이 함께 연대해서 거대한 규모의 시위를 한 건데요. 가장 북쪽에 위치한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Tallinn)에서 시작해서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Riga)를 통과해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Vilnius)까지 675.5킬로미터 구간을 세 나라 국민들이 동시에 손에 손을 잡고 인간띠를 만들었습니다. 남한의 경상남도 남쪽 끝 도시인 부산에서 북한의 평양을 지나 평안남도 구성시까지 거리가 그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한반도 북과 남을 잇는 정도의 거리를 주민들이 모두 도로에 나와 손을 잡고 인간띠를 만든 모습을 상상해 보시지요. 그 규모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거대한 시위를 발트해 인접 세 나라에서 진행한 건 바로 구 소련의 전체주의 독재에서 벗어나 독립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 투쟁은 세 개 국가 인민들의 단합된 열망을 거대한 인간띠를 만들어 표현함으로써 소련의 독재 치하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의 의지를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세 나라 인구의 30%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동참한 역사적 투쟁은 ‘발틱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올해 30주년을 기념하는 목소리가 유럽지역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사실 1989년의 역사를 쓰게 된 이 날은, 1939년 8월 23일 독일 나치 정권과 소련 간에 맺었던 비밀 불가침 외교 협정인 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 (Molotov-Ribbentrop Pact)의 50주년이기도 했습니다. 이 비밀 조약은 동유럽을 독일과 소련이 나눠 가지기 위한 조약이었습니다. 즉 독일이 조약 체결 후 다음 달인 9월 1일에 폴란드 서부를 침공해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요. 소련은 같은 달 19일에 폴란드 동부를 침공하게 됩니다. 그 다음해인 1940년에는 이 조약에 따라서 발트해에 인접한 세 나라가 소련의 영토에 들어갔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대부분 유럽국가들은 자유를 찾게 되지만 소련의 영향권 내에 있던 동유럽국가들과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즉 발틱 3개국은 소련이 점령하게 되지요. 바로 이 3개국은 자유를 잃고 독일 나치와 소련의 비밀 조약의 직접적인 희생국이 됩니다. 1980년대 중후반 소련의 개혁 개방에 즈음하여 소련의 지배 하에 있던 발트해 3개 국가를 포함한 서방 세계는 독일-소련 간 비밀 외교 협정을 비판하며 독립과 자유, 인권과 민주주의를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독소 외교 협정 50주년 기념일에 세 나라의 인권 활동 단체들과 운동가들은 소련 당국으로부터 자유를 찾기 위한 역사적인 행사를 거행했습니다. 당시 남한을 포함해 전 세계 거의 모든 언론들은 동북 유럽에서 벌어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인간띠 시위 그리고 자유를 향한 인류역사 도약의 모습을 취재하며 인간의 위대함과 자유의 소중함을 전파했습니다.

올해로 발트해 3개 국가가 소련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한지 30주년이 되었기에 유럽에서는 자유의 소중함 그리고 이를 위해 투쟁한 혁명 정신의 숭고함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화상영, 음악공연, 오페라 공연, 마라톤 대회 등 자유를 만끽하는 발트해 3개 국가 국민들이 축제를 벌였습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발틱의 길’ 3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 담화를 영상으로 내보냈는데요. 메르켈 총리는 “발틱의 길 인간띠 시위는 동북 유럽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감동적이며 소중한 발자국이었습니다. 유럽역사에서 자유를 위해 일어난 가장 강렬한 모습입니다”라고 기념했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기념한 인류의 거대한 물결은 사실상 역사적 정의의 회복이며 스탈린주의와 소련 독재의 청산이라는 큰 의미 있는 역사로 기록되었습니다.

정확히 30년 전 유럽 동북지역의 인민들이 쟁취한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거대한 역사의 파도를 지켜보며 동북아시아 지역의 온전한 민주주의와 자유는 언제쯤 기념하게 될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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